지난달 7일 대구의료원 6층 폐쇄병동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누군가 지른 불은 다행히 병실 침대 일부만 태운 뒤 자체 진화됐지만 입원 환자 5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시간 방화범은 태연하게 집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게임 중독으로 입원한 김모(19) 군은 병실에 불을 지르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의료원을 탈출했다.
이처럼 게임이나 인터넷'스마트기기 과몰입은 자칫 예측하기 힘든 일탈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들은 물론, 사회와 관계가 단절되고 게임 속에서만 성취감을 느끼는 왜곡된 인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 '대구스마트쉼센터'와 협약을 맺고 가정방문상담사 15명을 위촉했다. 이들은 올 연말까지 지역 교육기관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스마트기기 과의존 예방 교육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6차례에 걸친 방문상담과 전화상담 2회를 지원한다. 상담료는 모두 무료다.
중학교 2학년 A군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 줄 친구가 없다"고 했다. 마사지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부모는 주로 밤에 일하고, 낮에는 쉬는 식이어서 A군과 정서적 교감 시간이 부족했다. A군은 고독감을 이기고자 인터넷게임에 매달렸다. 컴퓨터 사용을 줄이라는 부모와 자주 갈등을 빚었고, 가출을 반복해 비행 청소년 취급을 받았다. A군은 "주변에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혼자가 도리어 편했다"고 털어놨다. 전문상담사는 이처럼 누군가의 지지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보듬는 역할을 하게 된다. 조현아 대구스마트쉼센터 소장은 "대인 관계 형성이나 개선 욕구가 전혀 없거나 자주 좌절을 겪을 경우 온라인상에서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격이 왜소하고 말투가 어눌한 중학생 B군은 친구들 앞에서 위축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어깨를 움츠린 현실과 달리 게임 속에서는 최고의 엘리트였다. 팀을 이뤄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서 그는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정말 게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현실 속에서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친구도 거의 없는 외톨이였지만 게임 속 자신은 늘 만족스러웠다. 강근모 대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장은 "현실 속에서는 친구들과 관계 형성이 서툴지만 게임 속에서는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사람들도 호의적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게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폭력 등 극단적인 일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 얌전한 성격의 중학교 2학년 C군은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라"는 어머니 꾸중을 듣던 C군은 게임에서 패하자 갑자기 폭발했다. C군은 흉기를 들고 어머니를 위협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어렵게 진정됐다. C군은 현재 게임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최태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으로 소소한 갈등을 겪는 경우는 흔하지만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6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담 문의 대구스마트쉼센터(053-768-7978), 대구경북권 게임과몰입힐링센터(053-654-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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