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평창올림픽과 상여

'4'2'3'24'.

이를 우리네 삶을 짧게 축약한 숫자라고 하면 생뚱맞을까. 이 숫자 조합에는 동서양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또한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숫자로도 쓰인다. '4'2'3'은 널리 알려졌다. 사람의 삶과 관련한 서양의 수수께끼 풀기 사연에서 유래하고 있다. 즉 이들 세 숫자에는 태어나 처음 네 발로 걷고, 자라서 두 발로 다니고, 늙어서 지팡이에 의지해 세 발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승에서의 삶이 담겨 있다.

반면, 뒤의 숫자 '24'에는 죽음의 뜻이 들어 있다. 동양(한국)의 사연도 간직하고 있는데, '24'는 이승에서의 '4'2'3'의 삶을 마친 망자(亡者)의 상여를 메고 북망산천을 향해 상여 노래에 맞춰 걸음을 옮기는 열두 상여꾼의 발 숫자이다. 나서 살다 죽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떠나는 일생을 '4'2'3'24'의 발 숫자로 표시한 셈이다. 상여와 상여꾼이 사라지고 만 오늘날 이는 옛 이야기에 그칠 따름이지만 그래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뜻이 담긴 숫자이다.

이처럼 우리 전통 장례 문화에서 상여는 빠질 수 없는 상징이다. 그런데 이런 상여 행렬이 바로 올림픽 공연에서 선보여져 색다른 관심을 끌었다. 바로 평창동계올림픽 행사 공연에서다. 지난 17일 동안의 한바탕 젊음의 열전을 마치고 25일 저녁 열린 올림픽 폐회식이 그 무대였다. 이날 폐회식에서는 개회식에서처럼 사람 얼굴을 한 새인 인면조(人面鳥)와 거북이가 다시 등장했다. 여기에 때아닌 상여 행렬이 거북이와 선보여졌다.

인면조는 고구려 고분 벽화 등 삼국시대 유물에도 나오고 불교와 관련한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사람과 자연,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상징한 만큼 이번 올림픽에서 단연 화제였다. 거북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거북이는 삶과 죽음 즉 이승과 저승,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로 폐회식 마무리 공연에 나타나 의미를 더했다. 보는 이들에게는 파격과도 같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폐회식에서의 거북이는, 2016년 리우올림픽부터 시작한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추모식 공연 '기억의 여정'과 과연 어울릴 만했다. 추모를 위해 거북이를 앞세우고 우리의 전통적인 상여 행렬이 뒤따르는 '기억의 여정' 공연이 기억에 남는 까닭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상여 행렬과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거북이의 조합. 상여가 올림픽의 국제 행사에 아리랑, 국악처럼 훌륭한 소재가 될 줄이야.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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