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실시 바로 전 해 12월이 되면 광역자치단체장은 골머리를 썩는다. 간부직 정기인사를 해야 하는데 지방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일부 간부 공무원들의 모호한 처신 때문이다. 대구시의 경우 권영진 시장이 지난해 12월 15일까지 출마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연말 정기인사 이후 두 달도 안 돼 부구청장 2명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사표를 던지면서 결원이 생겼다.
부구청장 인사란 것이 그리 녹록지 않다. 부구청장 인사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장과 협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시장은 시의 모 국장을 보내려 했지만 구청장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골라 보냈더니 이번에는 공무원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부구청장을 내려 보냈으니 인사교류 협약에 따라 시가 구청 공무원을 받아줘야 한다며 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일련의 과정에서 권 시장의 마음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 급기야 지난 20일 그는 전공노 간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노조가 출마를 위해 공직을 버리고 떠난 부단체장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게 옳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를 부단체장으로 절대 내려 보내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출직 시장이 노조와 설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매우 부담스러웠을 텐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사실, 공직자의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행정 공백 부작용 때문이다. 수성구의 경우 구청장이 일찌감치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부구청장마저 구청장 선거에 나서겠다며 중도 퇴임했다. 구청장이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있는 남구도 부구청장이 출마를 위해 중도 퇴임했다. 단체장이 중도 사퇴하거나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상황이라면 부단체장이 권한대행을 맡아 조직을 추슬러야 마땅하다. 그런데 구청장과 부구청장 모두 사표를 던지면 공직기강은 누가 잡고 우스갯소리로 소는 누가 키우나?
경북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직자 사퇴가 줄을 이었다. 김관용 도지사가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상황에서 두 명의 부지사 모두 출마하겠다며 사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사자들이야 주어진 업무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항변하겠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을 터이다.
공직자 출마의 또 다른 부작용은 과도한 고향 챙기기다. 휴일마다 '위수지역'을 벗어나 고향에서 표를 관리하는 것은 애교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공직자가 평소에 선심성 예산과 사업을 고향에 대거 배정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뒷말이 많다.
막대한 선거 비용이 드는 후진적 정치 풍토도 공무원 출마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소 10억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하다고 알려진 기초단체장 선거판에 고민 없이 뛰어들 공직자가 과연 있을까. 결국 선거자금 마련 때문에 '검은돈'의 유혹에 빠지고, 당선 후 본전을 찾겠다며 이권에 개입하거나 부하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아챙기다 뒤탈이 나는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물론, 공무원 출마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무원은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토호가 단체장이 된 뒤 이권개입 등 물의를 일으킨 사례를 보면 공무원 출신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가도 많다.
제7회 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일꾼을 뽑는 아주 중요한 선거다. 하지만 일신영달이 아니라 고향 발전을 위해 선거에 뛰어드는 공직자라면 현직 프리미엄에 기대지 않을 것이다. 관용차를 타고 지역구 표밭 관리를 하는 모습이 유권자 눈에 좋게 비칠 리 없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오는 6'13 지방선거 입후보 공직자는 3월 15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그날까지 미적댈 일은 아니다. 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빨리 사퇴하는 게 옳다. 그게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과 출마할 지역 모두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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