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성범죄자 응징에는 이념'종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미투(Me Too) 운동이 한국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정도다. 남성 중심'권력 중심의 후진적인 사회 시스템을 가진 한국에서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이제야 터져 나오다 보니 강도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미투 운동의 와중에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진영 논리, 보수'진보 편가르기 같은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진영이 걸리면 침묵하고, 적대 진영이 걸리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현상이 만연해 있다. 반인륜적인 성범죄 앞에서 남의 편'우리 편을 따지고, 보수'진보를 가리니 도대체 어디에서 사회 정의와 도덕적 잣대를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미투' 가해자인 시인 고은, 연출가 이윤택은 진보 인사이다 보니 진보'여성단체 등으로부터 그리 큰 공격을 받지 않고 있다. 평소 세상의 부조리를 그렇게 날카롭게 비판해온 한국작가회의도 이들의 징계에는 너무나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이중성이다. 진보 방송인 김어준 씨가 '미투 운동이 문재인 지지자를 분열시킬 기회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비뚤어진 세계관을 가진 일부 진보층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26일 '미투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부터 집권층과 진보 세력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이윤택 씨와는 동기동창인데다 진보 세력이 어정쩡한 대응을 하고 있으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자 응징에는 이념'종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의 신부나 천주교 인권위원회 간부 등도 종교의 이름으로 숨을 수 없고, 범죄 여하에 따라 당연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미투' 가해자 몇몇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힘과 권력을 앞세워 약자를 억압하는 후진적인 사회 시스템을 철저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힘과 권력을 숭상하는 국민 인식도 바꿔야 하고, 여성 인권을 더욱 소중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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