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자 컬링 대표팀'이 금의환향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온통 한국 컬링의 매력 속에 빠뜨린 '미녀 5인방'이 올림픽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목에 건 은메달보다 컬링을 알렸다는 데 더욱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이들. 오랜만에 경기복을 벗은 '유쾌, 상쾌, 통쾌'한 여자 컬링 대표팀 5인방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김초희 선수와 여자 대표팀 김민정 감독, 그리고 남자 대표팀 장반석 감독을 대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먼저 축하드린다. 평창올림픽 '최고의 히트 상품', '컬링병 유발자' 등의 찬사에 대한 솔직한 기분은.
▶김은정=올림픽 전 메달권 진입도 목표였지만 우리나라 컬링, 나아가 진정 컬링이 어떤 것인지 그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이 가장 기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컬링을 많이 이해해주시고 재밌는 스포츠라고 얘기해주셔서 행복하다. 특히 '4강 일본전은 감동적이었다'는 말씀에는 가슴이 벅차다. 컬링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것 같아 너무 기분 좋고 영광이다.
-은메달을 땄다. 아쉽지 않나.
▶김민정 감독=성적에 만족하는 건 아니다. 많은 분이 컬링에 열광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엘리트 스포츠를 넘어 생활 스포츠, 클럽 스포츠, 나아가 가족 스포츠 등의 순기능을 전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금메달을 못 땄으니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돼서 괜찮다.
-이렇게 잘할 줄 예상했나.
▶김민정 감독=(기다렸다는 듯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예상했다. 우리 팀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팀이 아니다. 오랜 시간 엄청난 노력으로 준비해온 팀이다. 팀 내부적으로는 메달권 진입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한국 컬링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얘기도 많이 했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다 한데 모이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올림픽 전에는 관심이 없으셔서 그렇지) 우리는 이미 세계적으로 실력이 있는 팀이었다.
-이번 올림픽의 최고 유행어는 단연 '영미~' 다. 유독 영미만 편애한, 영미 이름만 많이 부른 이유는 뭐냐. 연습 때도 그렇게 영미를 많이 불렀나. 아니면 친구를 더 띄워 주려는 의도도 조금 있었나. 이렇게 '영미~'가 뜰 줄 알았나.
▶김은정 스킵=이는 우리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샷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대회 초반 경기에서 스톤이 돌아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 유독 많아 이를 담당하는 영미 이름이 많이 불렸을 뿐이다. 만약 잡아가는 라인이 많았다면 선영이 이름이 많이 불렸을 거다. 샷을 만들려다 보니 영미 이름을 많이 부른 것이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영미가 이렇게 뜰 줄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외부 상황을 알았더라면 아마 대표팀 선수들 이름을 돌아가며 다 불렀을 것 같다.(웃음)
-김영미 선수는 이번에 스타가 됐다. '국민 영미' 어떤 느낌이냐.
▶김영미=영광스럽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이렇게 인기를 끌 줄 몰랐다. 영미라는 이름을 통해 컬링을 좀 더 알릴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하고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야를 막고 쟈를 치우자…' 등 사투리도 인기몰이를 했다. 경기에 몰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거냐 아니면 일부러 좀 더 사투리를 사용한 측면도 있나?
▶김은정=평상시 하던 대로 했다. 표준어를 쓰는 방법도 모른다. 연습하던 대로, 다른 대회 때 했던 대로 했다. 우리만의 대화법대로 했을 뿐이다. 어투에 신경을 쓰게 되면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어 경기를 제대로 풀지 못할 것 같다.
-마지막 결승전이 끝날 때까지 정말 외부 상황을 전혀 몰랐나. 본인들이 일으킨 컬링 광풍, 온통 여자 컬링 대표팀으로 언론에 도배된 사실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몰랐나.
▶김선영=경기장에서 대충 느꼈지만 이 정도일지는 전혀 몰랐다. 첫 경기 때는 단순히 응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경기가 거듭될수록 관중들이 '영미야~ 가즈아' 등의 플래카드를 많이 만들어왔다. 경기 후 선수촌에 가서도 점점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져 '조금 인기가 있구나'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시상식이 끝나고 숙소에 가서 스마트폰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인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캐나다전에서의 관중 함성은 자국 선수들에 대한 단순한 함성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컬링을 알고 응원해주는 것을 느꼈다. 진짜 응원,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경기를 할수록 이러한 응원에 가슴이 뭉클했고, 감동을 받았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응원을 다시 받으면서 경기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벅찼다.
-솔직히 이번 올림픽에서 은정 씨와 영미 씨가 유독 부각되고 상대적으로 인기를 많이 끈 게 사실이다. 특히 친언니 영미 씨가 많이 떴다. 조금이라도 부럽거나 샘이 나지 않나. 섭섭하진 않았나.
▶김경애=전혀 그렇지 않았다. 같은 팀이니 같이 사랑 받는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선수 생활도 길고 해서 괜찮다.(웃음). 컬링을 많이 알아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다음엔 사랑을 제가 받을 거 같다. 받고 싶다.(웃음)
-인기를 독차지해서 다른 팀원들에게 미안하거나 눈치 보이거나 한 적은 없나.
▶김영미=선수촌 어딜 가든지 두 명만이 아니라 우리 팀 전체를 응원해 주셨다. 우리 안에서도 서로 얘기를 많이 해서 그렇게 미안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저 컬링이 많이 알려진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가히 평창올림픽 최고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금메달 딴 선수, 종목도 많은데 은메달을 따고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초희=스마트폰도 보지 않은 것처럼 외부적인 다른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한결같이 경기에만 집중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건 아닐까 싶다.
-모두 의성 출신인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다른 지역에서 영입됐고, 이번 올림픽에서 출전 경기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김초희=혼자 경기 송현고 출신이다. 그러나 스카우트 제의 당시 멀지만 한 시간도 고민 안 하고 오케이 했다. 아마 5분 만에 간다고 한 것 같다. 경북 여자 컬링팀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3경기에 나갔다. 밖에서 보는 입장이 더 힘들었다. 경기장 안에선 집중하게 돼 오히려 더 편하다. 더 긴장되고 떨리고 용(힘)이 쓰여 훨씬 힘들었다.
-솔직히 다른 4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은정 씨가 좀 부각되고, 튄 측면이 있다. 경기 때도 그렇고 경기 후 세레모니도 그렇고. 평소에도 그렇나.
▶김은정=그렇지는 않다. 분위기 주도는 동생들이 주로 한다. 보통은 경기할 때처럼 무표정하다가 한 번씩 영미나 동생들에게 안기기도 하고 어리광부리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승리 세레모니도 의도한 게 전혀 아니다. 그냥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관중들이 많이 계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아 자연스럽게 나온 제스처다. 이렇게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나오는 줄 전혀 몰랐다. 결승전 후에 알았다. 이제는 알았으니 다음에는 표정이나 세레모니를 할 때 약간 머뭇거릴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여자, 남자, 믹스더블 등 컬링 대표팀 모두 다 열심히 했다. 그런데 남자와 믹스더블팀은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못 냈다.
▶장반석 감독=김민정 여자 감독은 잘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 사실 단지 한 끗 차이일 뿐이다. 남자 대표팀과 믹스더블팀 모두 1승만 더했으면 마찬가지로 4강에 진출했다. 각각 남자는 덴마크, 믹스더블은 중국을 잡았으면 4강에 진출했고, 여자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멋진 모습과 승부를 계속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올림픽 진출을 위해 모두 같이 열심히 준비했고, 다 같이 올림픽에 진출했다.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올림픽 시작하자마자 컬링 믹스더블팀이 이슈를 만들어줬고, 여자 대표팀이 인기를 이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팀이 잘해서가 아니라 모두 손잡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잘했고, 컬링이 인기를 끈 게 아닐까 생각한다.
-컬링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장반석 감독=엘리트 스포츠로 커온 선수들이 아니다. 생활 스포츠, 클럽 활동으로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게 바탕이 됐고, 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한 게 모두 합쳐지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은정=올림픽 기간 동안 인터뷰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못한 말이 있다. 우리만 잘해서 이렇게 메달을 따고 인기를 끈 게 아니다. 김경두 교수님, 김민정 감독님, 그리고 경북의 다른 감독'코치님들이 다 함께 노력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남자팀, 믹스더블도 주역이다. 남자팀 경우 우리(여자팀)와 연습경기 등 많이 상대해줬기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세계 최강들을 상대로 오빠들도 정말 잘했는데 우리만 주목받는 거 같아 속상하다. 우리만 메달을 따다 보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너무 조심스럽다. 우리는 모두 경북컬링팀이다.
▶김영미=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부재 등 연맹이 그렇게 되고 난 뒤 선수도, 지도자도 너무 힘들고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김민정 감독님이 너무 힘들어했던 게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몰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지켜봤다. 선수들에게 영향을 안 끼치려고 노력하시면서 잘 이끌어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우리도 경상도 사람들이라 표현을 잘 못하고 직접 말씀드리려니 쑥스러웠는데 신문 지면을 통해 꼭 전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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