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 현대사진관 박진용 대표 "증명사진 찍으러 육지 나가는 불편 없어야죠"

2대째 이어온 장수가게…섬에 유일, "가업이란 생각 없었다면 벌써 폐업"

울릉도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인 현대사진관 박진용 대표가 스튜디오에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울릉도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인 현대사진관 박진용 대표가 스튜디오에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엔 '세인트 페터 스티프츠켈러'란 레스토랑이 있다. 이 식당이 문을 연 것은 서기 803년. 1천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오래된 가게가 많은 나라다. 일본에선 대를 물려 가업을 잇는 가게나 기업을 '시니세'(노포'老鋪)라고 부른다. 2017년 도쿄상공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천 년 된 시니세는 7곳, 100년 이상 된 곳은 3만3천여 곳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오래된 가게를 찾기가 어렵다. 짧은 기간에 전쟁과 산업화 등을 겪으며 옛 흔적은 빠르게 사라졌다. 오래된 가게라 해도 30~40년의 역사가 보통이다. 울릉군 울릉읍 도동에 있는 현대사진관은 60년 된 가게다. 박진용(46) 대표의 아버지가 1959년 문을 열고서 2대째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1980년대 울릉도엔 사진관이 4곳 있었지만, 지금은 이곳이 유일하다.

경주 양동마을이 고향인 박 대표 아버지는 1950년대 울릉군청 공무원으로 임용돼 울릉도에 정착했다. 그는 몇 년간 공보부서 직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사진관을 열었다.

"7살 때 처음으로 현상'인화 작업을 보게 됐죠. 막내아들이어선지 아버지는 암실 작업을 할 때 자주 저를 데려가셨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엔 며칠씩 암실작업을 하셨죠. 정부에 보고할 태풍 피해 사진 주문이 엄청났거든요."

박 대표는 자연스레 사진과 친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박 대표는 방학이면 울릉도에 와 친구들 사진을 찍어주고 아버지 일을 거들며 보냈다. 박 대표가 본격적으로 사진관 일을 시작한 것은 1994년 10월. 고등학교 졸업 후 중앙대 사진학과에 두 차례 낙방하고 나서 울릉도에 들어오면서부터다. 여느 사진관이 그렇듯 현대사진관도 2000년 이후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급격히 쇠퇴기를 맞았다. 지금은 증명사진이나 장수사진 촬영이 일의 전부다. 손님도 뜸하다.

"3일간 손님이 없다가 오늘(26일) 처음 여권 사진 촬영 의뢰가 들어왔네요. 손님이 많은 날이라도 하루 대여섯 건을 넘지 않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대표는 사진관 운영 외에도 CCTV를 설치하거나 컴퓨터 관련 일을 함께한다. 이날도 박 대표는 친구가 최근 신축한 다가구 주택 건물에 인터폰을 설치하다가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사진관 문을 닫을 생각이 없다.

"가업이란 생각이 없었다면 벌써 문을 닫았겠죠. 게다가 지금 제가 그만두면 주민들이 증명사진 하나 찍으려고 육지에 나가야 하니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계속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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