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창의력 교육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계성고 졸업. 영남대 영어영문학.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킨텍스 마케팅본부 부사장. 코트라 모스크바·런던무역관장
계성고 졸업. 영남대 영어영문학.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주)킨텍스 마케팅본부 부사장. 코트라 모스크바·런던무역관장

런던 금융가 공학·역사학도 많아

창의력을 최우선으로 인재 선발

외국어, 모국어 익힌 이후 효과적

7세 전 뇌발달 시기엔 다양성 교육

서구에선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팀워크'를 꼽는다. 글로벌 기업은 직원을 뽑을 때도 발상이 창조적이다. 영국의 국제 금융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런던의 금융가(City of London)를 명문대 경제, 경영학과 출신이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파생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학적인 지식이 필수적이다. 런던에선 기계공학도가 수학 과목으로 논리력과 관찰력을 쌓았다고 보고 금융 분석가로 채용한다. 펀드매니저의 상당수가 역사학 전공자라고 한다. 주식과 채권의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했다고 인정하는 것 같다. 주식 중개인 중에는 군인 출신, 미술 전공자도 많다고 한다. 군인의 팀워크, 예술가의 상상력이 회사 이익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는 대학 입시생이 '학생부종합전형' (학종)에 넣을 한 줄의 스펙을 만들기 위해 건당 수백만원이 드는 논문학원이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이런 논문은 실제 누가 쓴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렇게 유수의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마친들 정말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의 교육 방식과 입학사정관 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전 국내 한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과학에 대한 사고와 이해의 폭이 고등학생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이 어린이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분해 조립하는 데 능숙할 뿐만 아니라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그런 복잡한 개념을 깨우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 부모의 교육 방법에 그 해답이 있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아이 아버지는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었는데 아이를 교육할 때 절대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이가 원리를 터득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반복하였다.

아직도 우리의 교육 방식은 주입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주재원 자녀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학업 참여도'(Participation) 평가이다. 외국 학생들은 선생님이 질문하면 무조건 손부터 들고 본다. 질문에 대한 답이 맞든 틀리든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확실히 아는 것 아니면 손을 들지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자기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토론 문화에 익숙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많은 선생님이 50분 강의에 45분을 일방적인 교육을 하고 마지막 5분을 남겨두고 질문을 하라고 한다. 당연히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평균은 하는데 괜히 나서서 실수를 하게 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용인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0%이다. 날이 갈수록 청년의 도전적인 창업은 줄어들고 입사만 하면 퇴직 때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는 공공기관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의 핵심 요소는 창의력이다. 어릴 때부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창의력은 뇌가 발달하는 4∼7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요즈음 유치원 및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음악, 미술, 공상과학, 여행 등 창의력 계발에 도움이 되는 공부보다 외국어 교육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외국어 교육은 물론 중요하다. 절름발이 외국어가 되지 않으려면 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bilingual). 이렇게 하려면 모국어를 중학교 2, 3학년 때까지 충분히 익힌 다음 해당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어릴 때는 외국어보다 창의력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출신 학교, 전공, 학점보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김상욱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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