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고모동은 도심에서 시내버스를 가장 보기 힘든 동네다. 149가구, 290여 명이 사는 이곳에는 수성2번이 1시간 20분마다 한 대씩 다닌다. 배차 간격이 길다 보니 주민들은 버스정류장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는 일이 잦다. 가까운 도시철도 2호선 연호역까지 25분은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주민 김모(86) 씨는 "손자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공기 좋은 마을로 이사를 오긴 했지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인근 병원이나 목욕탕에 가는데, 시내버스를 놓치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해 주로 콜택시를 이용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구 250만 명의 대구 시내임에도 오가는 시내버스가 하루 12편 남짓한 '도심 속 섬'이 적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수가 적고 이용 수요가 낮다는 게 이유지만 농촌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가장 긴 동네는 수성구 고모동이다. 시지와 고모역을 오가는 수성2번이 78분마다 다닌다. 66가구가 거주하는 동구 매여동도 동구5번이 63분마다 운행하고, 동구 숙천동은 766가구, 1천596명이 살지만 시내버스는 41분마다 다니는 동구6번이 유일하다. 노선 모두 인근 지역만 순환하는 지선인 점도 불편을 더하고 있다. 도심 번화가로 이동하려면 도시철도나 다른 간선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 동구 매여동 주민 이모(80) 씨는 "주로 칠성시장이나 서문시장을 가는데 율하역 근처에서 환승해야 한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시간을 맞출 수 있지만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버스를 놓치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6년부터 달성군에 시범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DRT는 승객 수요가 적은 도시 외곽 지역에 사는 이용객이 사전에 예약하면 버스나 택시가 그곳으로 가는 대중교통 서비스다. 이용객들은 버스요금을 지불하고 차액은 행정기관에서 보조해준다. 달성군의 경우 대중교통이 없거나 하루 평균 이용인원이 30명 안팎인 동네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대구경북연구원 정웅기 박사는 "운송원가가 높은 시내버스 노선을 늘리는 것보다는 이용 편의성이 높고 비용이 덜 드는 택시형 DRT를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달성군 외에는 DRT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간 5천만원인 정부의 예산 지원 대상이 농어촌 지역에 국한돼 있어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버스는 운영비용이 고정적이지만 택시형 DRT의 경우 이용객이 늘면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달 말까지 달성군 시범사업이 끝나면 경제성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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