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박쥐여! 멸망하는 겨레여!"
일제강점기 해방을 위해 시를 쓴 민족시인 이육사 선생의 친필원고 '편복'(蝙蝠)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편복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댄 작품이다. 이육사 선생이 편복을 쓴 시기는 1939~1940년대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에는 일제의 사전 검열에 걸려 발표되지 못했다. 편복이 대중에 발표되고 알려진 것은 해방 후인 1956년 '육사시집'에 실린 뒤였다.
편복은 반어적 현실과 당위적 가치 사이의 대조를 통해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영탄조로 노래하고 있다. 어두운 동굴, 썩은 들보, 무너진 성채, 어둠의 왕자, 고독한 유령 박쥐 등의 표현은 일제 식민지 통치로 국권과 터전을 상실하고 어둠 속에서 헤매는 우리 민족의 비탄함을 전하고 있다. 이육사 선생의 시 중 가장 중량감 있고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편복의 육필 원고는 유족들이 소장해오다 안동 이육사문학관에 기증했다.
1904년 안동에서 태어난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 선생은 일제에 의해 17번 체포'감금'투옥을 당하고 이름조차 그의 수감번호 264인 육사로 바꾸며 온몸으로 투쟁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다. 이육사 선생이 쓴 '광야' '절정' '청포도' 등의 시는 한국 현대 시 문학사에 높은 문학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1990년에는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조영일 이육사문학관 관장은 "이육사 선생은 40년의 짧은 생애를 살다 가셨지만, 조국과 민족을 향한 빛나는 정신을 시와 독립운동으로 이 땅에 심으셨다"며 "우리는 위대한 선인을 앞으로도 기리며 그 뜻을 받들어야 한다. 선생의 육필 원고가 문화재로 등록되는 것도 그 과정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27일 3'1절을 앞두고 이육사 시인 친필 원고 편복을 포함해 윤동주 시인의 친필 원고, 장효근 일기, 대한민국임시의정원 문서, 국제연맹 제출 조일관계사료집과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부산 우암동 소막마을 주택 등 6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등록 예고된 문화재들은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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