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바뀌면서 대구가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 일이 어려워졌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새해 들어 간부 공무원들에게 처음으로 던진 메시지다. 정권 교체 이후 대구경북에 쏠릴 정부의 관심이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공무원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정권 교체의 체감은 상당하다. 대구경북의 현안들이 줄줄이 추진 동력을 잃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퇴짜 당하는 대구
◆지역 최대 현안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대구 취수원 및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대구경북이 10년 이상 풀지 못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그간 해당 당사자인 지역에만 숙제를 던진 채 정부가 뒷짐을 지는 사이 지역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지역의 두 현안이 국무조정실이 선정한 지역갈등과제 목록에 오르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게다가 이낙연 국무총리와 관련 부처 장관 등이 이 같은 갈등 해결에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공언을 몇 차례 했기에 지역민의 관심은 부풀고 있는 상황. 지난 22일 새해 들어 대구를 처음 찾은 이 총리에게 권영진 대구시장은 또다시 대구 취수원 이전과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의 실마리를 정부가 풀어줄 것을 강력 요청하기도 했다.
◆줄줄이 끊긴 지역 철도와 도로
현 정부가 출범한 뒤 가장 타격을 받고 있는 분야가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이다. 철도'도로 등 각종 예비타당성 사업들이 잇달아 보류'연기'탈락하는 등의 고초를 겪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대구산업선 철도다. 서대구KTX역에서 달성국가산업단지를 연결(총연장 34.2㎞)하는 이 사업은 최근 열린 정부 예타 2차 점검회의에서 퇴짜를 맞았다. 예타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했기 때문이다.
영호남의 상생을 견인할 달빛내륙철도(대구~광주) 건설사업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영호남 상생공약이지만, 지난해 신청한 국비 5억원이 끝내 정부예산안에 담기지 못해 지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구시와 광주시는 각각 1억5천만원씩의 시비를 털어 자체 용역을 발주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부의 관심과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외에 ▷오는 4월쯤 예타 재심사를 앞두고 있는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사업 ▷원점에서 다시 예타 준비에 들어간 대구도시철도 3호선 혁신도시 연장사업 ▷지난해 예타 대상사업에 선정된 달서구 상화로 입체화 사업 등도 시는 조속한 예타 통과를 바라고 있다.
◆체질 바꿀 4차 산업 혁명에 관심을
대구시는 자동차부품, 섬유 등 노동집약적 업종 위주 산업에서 탈피해 미래 고부가가치 업종을 개발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시티뿐만 아니라 첨단의료와 로봇, 전기'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과 관련한 정부 사업 유치에 사활을 건 이유다.
시가 최근 두 팔을 걷어붙인 신사업 중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시티'다. 대구시는 1천100억원 규모의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연구개발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TF를 구성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스마트시티조성과를 신설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해당 사업 유치전에 뛰어들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첨단의료산업도 대구시가 주력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올해 의료산업 육성에 투입되는 예산만 지난해보다 10.9% 늘어난 1천억원(국비 867억원 포함)이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첨단의료유전체연구소(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14년 국회 예산심의를 거쳐 2015년 사업이 확정됐지만 충청권 등 다른 지역의 반대에다 사업타당성 재조사까지 실시하며 추진이 멈춰 있는 상황.
대구시는 또 개인 맞춤형 진단'치료기술과 신약개발 촉진을 위해서는 유전자 정보분석과 IT'BT 융복합 연구를 위해서는 거점연구기관 설립이 필수라며 원활한 추진을 내심 바라는 모양새다.
◇속도 못내는 경북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정부는 미온적
2016년 9'12 경주 지진, 지난해 11'15 포항 지진 이후 지진대응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상북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진방재연구원 설립 타당성 조사용역을 위한 국비 5억원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했지만, 100% 삭감됐다. 경북도가 애타게 요청해도 정부의 반응은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경북에는 1978년 지진관측 이후 규모 2.0 이상 지진이 464건 발생해 전국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진 불안에 떨고 있는 지역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이 경북도에 설립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 부진한 원전해체연구소 입지 선정
울진 신한울 3'4호기 및 영덕 천지 1'2호기 건설계획 백지화로 울진, 영덕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용 및 세수 감소 등으로 지역경제 침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역 상실감 달래기'에는 손을 놓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건설 계획이 백지화될 경우 연간 세수 감소액은 404억원에 이르고, 연인원 기준으로 일자리 감소가 620만 명에 달한다. 아울러 60년간 원전지역에 주어지는 법정지원금 2조4천억원과 공사 기간 예상되는 경제효과 1조6천억원 등 4조원에 이르는 기대수익이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월성 1호기가 당장 폐쇄되면 세수 등 경제효과가 440억여원 줄고, 연인원 100만 명의 고용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와 원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경주시'울진군'영덕군은 기존 원전에 대한 안전 강화와 함께 신규 원전을 대체할 '원자력 안전 연구단지' 조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정부에 '원자력 해체기술 연구센터' 등 원자력 연구 단지의 경주 설립을 건의하고 있다. 경주는 원전 해체 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이 처분될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는 지역이며,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해체사업을 총괄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도 있어 사업의 효율적 추진이 가능하다.
◆속도 못 내는 사드 관련 정부 지원사업
성주와 김천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에 대한 현안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성주군민들의 불만은 기대했던 정부의 각종 지원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더 증폭되고 있다. 성주군은 사드 배치에 따른 1조9천298억원 규모의 17개 지원 사업을 건의했지만 현재 대다수 사업에 대한 예산 반영이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올해 예산에 반영된 것은 '권역별 농산물 선별센터 건립' 등 4개 사업 91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나머지 13건의 사업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대구~성주 경전철 건설'은 예타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등 사업들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3 하나원 유치' 등 대다수 사업들에 대한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추진이 요원한 상태다. 김천시도 7조6천억원 규모의 19개 사업 지원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지만 예산 반영이 된 것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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