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줄이려고 수백억 낭비? 국도 88번 직선화 사업 논란

주민 "상권 하락" 반대하자, 도로 직선화 설계방침 변경…기존 도로서 500m만 줄어

"고작 500m 줄이는데 수백억원 넘는 돈을 쓴다고요?"

울진과 영양을 잇는 국도 88번의 직선화 사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당초 매끈했던 직선도로 초안을 변경해 기존 도로와 별 차이가 없는 구불구불한 고갯길로 설계가 변경된 탓이다.

인근 주민들은 변경된 설계의 원상복구를 외치며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도 88번은 울진군 평해읍에서 영양군 수비면을 잇는 도로이다.

경상북도 최초의 온천특구지구인 백암온천단지를 관통하는 길로 유명하다.

백두대간 줄기인 백암산을 통과하는 길로 예전부터 워낙 험난한 고갯길로 조성된 까닭에 '(멀미 때문에)88번 길을 가려면 밥을 먹지 말고 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용객 불편과 사고 위험 등을 걱정한 경북도와 울진군은 2014년 초 해당 도로의 직선화 작업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건의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5개년 계획에 따라 당시 실시설계를 시작해 우선 울진군 온정면 선구리에서 평해읍 평해리까지 기존 약 3㎞의 거리를 1.92㎞로 줄이는 설계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설명회에서 기존 도로에 인접한 주민들이 상권 붕괴를 우려하며 반대를 표하자 지난 2016년 12월 기존 도로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설계가 다시 변경됐다.

최종 변경안을 살펴보면 약 2.5㎞로 노선을 새롭게 정비하게 된다.

기존 도로에 비해 고작 500m 정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공사금액은 당초 813억원에서 변경안을 반영해 732억원으로 최종 심의됐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완전한 직선화가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해당 주민들의 의견도 있고, 여러가지 안전사항과 작업여건 등을 감안해 설계안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기존 도로 인근 주민들을 제외한 평해읍과 후포면 등 다른 지역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주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설계 재변경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최근 울진군 등에 제출했다.

가급적 당초 계획에 따라 직선화를 추진하고, 여의치 않다면 곡선 부분이 심각한 약 500m 정도를 터널 등 보강작업을 통해 추가로 직선화하도록 변경하라는 것이 대책위 측의 요구이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겨우 500m를 줄이는 게 무슨 직선화냐. 혈세를 낭비해 기존 도로를 재포장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가뜩이나 울진은 백두대간에 가로막혀 불편한 교통을 감내하고 살았다. 백암온천단지 관광활성화와 주민편의를 위해 직선화 설계의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