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력, 인간을 몰락시키는 달콤한 함정…『권력, 인간을 말하다』

권력, 인간을 말하다/리정 지음, 강란·유주안 옮김/ 제3의 공간 펴냄

경북 고령 출신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권력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칼이다. 무겁고 날카로운 양날의 칼"이라고 표현했다. 김 전 위원장은 "권력은 쥐는 순간 손을 베이고, 힘주어 드는 순간 손목과 팔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더 힘주어 휘두르는 사이 어느새 그 칼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 그 칼을 내려놓고 나니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6공화국 황태자'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강하고 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참으로 약하고 짧은 것이 권력"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권의 핵심부에 있던 지역 출신 두 정치인들은 권력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대한민국 권력은 '권불오년(權不五年), 배지사년(Badge4년)'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뀌고,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올해는 마침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 지방 권력을 향해 또다시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권력을 추구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권력, 인간을 말하다'는 제목의 이 책 역시 권력에 지배당한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권력의 교묘한 술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권력의 속성을 간파해 목숨을 지키고 부귀를 누린 자도 함께 보여주며 권력 사용의 적나라한 면모를 드러낸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고 충고한다. 수많은 처세서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비열한 음모와 냉혹한 배신, 가차없는 투쟁의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온갖 권모술수를 총동원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쥔 승자들이다.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황금 권좌에 올라선 순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숭배와 부귀영화가 아니다. 권력은 어느새 주인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다모클레스의 검이 되어, 권좌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

이 책은 중국 당나라의 절대권력을 거머쥔 이들의 몰락 과정을 쫓아간다. 비천한 출신을 극복하고 대성한 인물부터 목적을 위해서라면 형제와 자식까지 재물로 바치는 냉혈한과 뛰어난 지략과 총명함으로 모두를 사로잡은 천재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권력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권력은 어떤 인물이든 개의치 않는다. 자기 주인의 약점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이를 연료삼아 그를 몰락으로 이끄는 음모를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한다.

저자는 권력이 파놓은 함정 중에 치명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비공식 정보 통로는 권력이 자신의 주인을 몰락시키는 은밀한 수법으로 역사에 자주 등장했다. 둘째, 핏줄의 유혹은 권력이 1인자를 무너뜨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셋째, 관료집단의 이해관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권력이 제기하는 최대의 난제다. 넷째, 권력은 언제나 잠재적 적들을 제거하려 시도한다.

이 책은 1장 여론(이밀), 2장 후계자 선정(이세민), 3장 두려움(장손무기), 4장 무질서(무측천), 5장 타락(이융기), 6장 정보통제(이임보), 7장 기득권(안녹산), 8장 보상(곽자의'이광필'복고회은), 9장 그림자 권력(환관 집단), 10장 파벌(이덕유'우승유), 11장 합법성(황소'주온)의 순서로 권력이 파놓은 11가지 함정에 걸려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편 저자 리정은 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를 지칭하는 '바링허우'(80後)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현재 인민일보 평론부에서 일하고 있다. 35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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