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라인』, 라구람 G. 라잔, 옮긴이: 김민주'송희령, 에코리브르
지구에서 대륙판들이 접촉하거나 부딪힐 때, 끝쪽이 부서지거나 꺾이면서 엄청난 압력이 발생한다. 그것이 지진이고, 지진이 발생하는 그 판의 접촉면을 폴트라인이라고 부른다. 이를 책의 제목으로 활용하여 현실 경제 상황을 빗대어서 표현한 것이다.
저자 라구람 G. 라잔은 국제통화기금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하고 현재 시카고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0년 피셔 블랙상을 받았다.
이 책은 논문에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문제를 찾는다. 그 문제가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는지 밝힌다. 그러면서 그 이유가 일어난 원인을 밝히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조언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는 것이다. 단순히 범인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범인이 문제를 일으킨 배경 원인을 이야기해주고, 더 나아가 그 배경 원인이 일어난 이유를 분석한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인과 관계가 완전히 분절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가 집단적으로 미쳤거나 무슨 병에 걸려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각자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뿐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보통 그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기 때문이다."
인용구에서 보듯이 이 책은 경제를 다루고 있지만, 인간 본질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수치를 이론에 대입하여 답을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도 계산에 의해 말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너무도 많은 사람이 현상 유지를 선호하고 있어 변화는 쉽지 않다."
경제를 다루고 있으며, 인간의 본질을 말한다고 하니 어려운 책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멋진 머리말을 가지고 있어 그런 걱정을 덜어준다. 모든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머리말이다. 그리고 문제들을 설명함에 있어 그 문제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적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무서운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이 계속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뉴스를 조금만 찾아본다면 저런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뉴스가 아니라 한국의 뉴스에서이다. 이 책은 무언가 예언서나 바보 같은 소문을 수집해서 만든 책이 아니다. 믿을 수 있는 경제학자가 그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논리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던 무서운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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