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피해 사실을 밝히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대구의 보수적인 성향이 미투 바람을 막고 있다며 미투 운동을 확산하고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학원 강사, 교사, 선배 등의 성폭력 폭로 잇따라
최근 한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는 대구의 한 재수종합학원에서 남자 강사가 재원생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대구의 한 재수종합학원을 다녔다는 피해 여성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 이곳 강사가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올렸다.
피해 여성에 따르면 수업 첫날부터 강사가 무릎으로 엉덩이를 쳤고, 질문을 하러 가면 "너 되게 이쁘다"며 눈길을 보냈다는 것. 또 후드 티셔츠를 속옷이 보일 만큼 당겼으며, 이후에도 종아리와 허벅지를 여러 번 만졌다고 털어놨다. 이 여성은 "(그 일이 있은 뒤엔) 누가 등을 토닥거려도 몸이 굳고 떨린다"면서 "가해자는 그 순간이 끝이겠지만 피해자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호소했다.
문제의 강사는 2014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해당 재수학원의 국어과 강사로 근무했다. 이 강사는 학원 밖에서 다른 여성 수험생을 사적으로 만났다가 해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강사는 해고 이후에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단과전문관 학원에서 강의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성의 글이 올라오자 해당 학원 측은 2일 "홈페이지에 강사 프로필을 삭제하고 해고 통보를 하는 한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편 취재진은 해당 강사의 반론을 듣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역 한 대학 학생들이 이용하는 SNS에도 대학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2012년 학과에서 추진한 엠티(MT)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A씨는 "술에 취해 자던 중 남자 선배가 강제로 가슴을 만지고 키스했다"며 "이불 안에서 발버둥치는 걸 여자 동기들이 다 봤다"고 고백했다. A씨는 "과가 박살 나니 절대 신고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협박에 못 이겨 성추행 사실을 묵인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SNS에서는 경북 경산시의 한 중학생이 학교 체육실에서 체육 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 여학생은 "교사가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만져봐도 되느냐'고 물었고, 대답을 머뭇거리자 '수행평가 점수를 깎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보수적 지역 성향이 미투 확산 막아
여성들의 용기있는 고백에도 대구의 미투 바람은 타지역에 비해 '미풍'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단체들은 지역사회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가정폭력피해여성쉼터시설장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도 지역 분위기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변에서도 방관하지 말고 가해자에겐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시키고 피해자가 자책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여성단체들은 미투 운동을 확산시키고자 다양한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13개 대구경북 여성단체가 뭉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오는 5일과 8일 중구 동성로 등에서 성차별 철폐를 위한 '왕들의 세상 뒤집기' 토론회와 '내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행사를 연달아 연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미투 운동 바람이 부는 바로 지금이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며 "대구의 미투 운동은 시작단계인 만큼 지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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