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천조국의 빗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미국은 '천조국'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천조국은 2006년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한자로는 '天朝國' 즉, '하늘이 내린 왕조'라는 의미였다. 하늘이 내린 나라라고 할 만큼의 초강대국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엔 '千兆國'이라는 한자어로 더 많이 통용된다. 한 해 국방비로 우리나라 돈으로 1천조원 정도를 쓰는 나라라는 의미다. 엄밀히 따지자면 요즘 미국의 연간 국방 예산은 800조원으로 1천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그래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실제로 미국의 연간 국방비는 세계 국방비 순위 2~10위 국가의 국방비를 다 합친 금액보다 많다.

천조국 이름에 걸맞게 미국의 경제적 지위도 시쳇말로 '넘사벽'이다. 수출입 무역량은 당연히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원유 생산량 1위, 석탄 생산량 2위, 금 생산량 1위 등 부존자원도 차고 넘친다. 미국의 또 다른 힘은 달러다. 경제력'군사력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은 자국 통화를 기축통화 지위에 올려놓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富)의 효과를 1세기 가까이 누리고 있다. 로마제국, 몽골, 대영제국 등 역사 이래 그 어떤 패권 국가들도 누리지 못한 호사다.

미국의 인구는 3억2천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4.5%밖에 안 되지만 GDP(국내총생산) 비중은 무려 25%나 된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크다. 지금의 세계 인구가 미국인들의 평균적 소비 성향만큼 물자를 쓴다면 지구가 3개나 돼야 한다는 말마저 나올 정도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누려온 경제 번영은 미국인들의 과소비에 의해 유지돼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일굴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라는 거대 수출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노골적으로 무역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자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며 관세 폭탄을 매기고 전 정부 때 체결한 무역 협정까지 폐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바야흐로 미국발 무역 전쟁의 시작이다. 그 여파로 세계 각국이 도미노처럼 보호무역주의에 나선다면 세계경제는 전례 없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위험이다. 목하 북핵 문제만으로도 감당키 어려운데 무역 전쟁 파도마저 해일처럼 다가오는 위기 국면이다. 정부'민간 할 것 없이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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