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남은 일제시대 흔적 둘러보며 서로에 대한 이해 높인 한·일 대학생

日 학생 40명, 지역 학생 23명 대구서 첫 친선교류회

일본 대학생들이 3일 오후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일제강점기 때 교통수단의 하나인 인력거 등을 둘러보며 대구 근대역사를 탐방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일본 대학생들이 3일 오후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일제강점기 때 교통수단의 하나인 인력거 등을 둘러보며 대구 근대역사를 탐방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역사적인 상처를 관광자원으로 변모시켜서 과거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놀랍습니다. 대구에서 일본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3일 오후 대구 중구 북성로 옛 적산가옥(敵産家屋'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일본식 건물) 앞. 일본 곳곳에서 온 대학생 40명과 대구지역 대학생 23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일본인 대학생들은 일본 근대 건축양식이 대구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도 일제식민지 치하의 상처를 안타까워했다.

한일문화교류센터 '대구하루'와 일본의 공익재단 '일한문화교류기금'이 주최한 한'일 대학생 친선교류회가 3일 대구에서 열렸다. 지난 1989년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양국 대학생들이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대구에서 친선교류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개 조로 나뉜 양국 대학생들은 대구근대역사관과 북성로 일대를 둘러보며 근대사의 자취를 살폈다. 북성로는 일제강점기에 모토마치(元町'원정)라고 불리며 대구 최대 번화가로 일본인들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북성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근대역사관을 둘러본 일본 대학생들은 "대구에 이렇게 일본의 흔적이 많을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대구읍성 북문 '공북문터'에서는 구불구불한 조선인 거주구역과 반듯하게 정돈된 일본인 거주구역을 비교하며 "거주지를 이렇게 나눠 뒀다니 믿기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어진 토론회는 한일 관계의 미래에 대한 양국 젊은이들의 인식을 서로에게 전하는 자리가 됐다. 홋카이도 출신의 와타나베 스즈카(19'여) 씨는 진심과 평화를 상징한다는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문양을 종이접기로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 대학생들은 민간 교류가 한일 관계 발전의 초석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량한복을 입고 온 김동혁(21) 씨는 "국가 대 국가가 아닌 지역 대 지역, 사람 대 사람의 교류에 한일 관계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마구치 시나코(22) 씨는 "정치적인 문제는 되새기더라도 민간 교류는 차질 없이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서로의 SNS 계정을 교환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박승주 대구하루 대표는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 대구와 북성로가 그 중심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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