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잉어의 한 종류인 코이(koi)는 어항에 넣어두면 5~8㎝밖에 자라지 않지만 수족관이나 연못에서는 15~25㎝까지 자라고 강물에 방류해 바다로 보내면 90~120㎝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서 피라미로 살기도 하고 대어가 되기도 하는 신기한 물고기다. 노는 물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일명 '코이의 법칙'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사람도 비슷하다. 주변 환경과 생각의 크기에 따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꿈의 크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부모에게 자식들, 교사에게 학생들, 경영자에게 직원들처럼 특정한 관계에서 보호와 돌봄을 받는 사람들은 코이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코이는 각자의 능력이나 꿈이 다르고 삶의 목표에서도 차이가 있다. 반면에 부모, 교사, 경영자는 어떠한가. 혹여 지배자의 시각에서 코이들을 좁은 어항에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피라미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대어가 될 수도 있는 그들에게 오로지 피라미로 살아갈 환경밖에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현재 코이들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자신의 꿈과 생각을 키우는 것 이외에 주변 환경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이 변함에 따라 코이의 미래도 바뀌기 때문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환경을 바꾼 방식이다.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어떤가. 어항 속의 코이처럼 소기업으로 만족할 것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큰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가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능력 배양과 꿈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능성보다는 결과를, 잠재력보다는 당장의 성과만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실제 기업 활동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기업들의 창의와 혁신적 아이디어가 새로운 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들도 과감하게 혁파해 기업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하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들도 사실상 코이의 입장인 기업들의 꿈과 희망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잖다. 취약계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은 국가 운영과 기업 경영의 경계를 허물고 국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근본적인 혼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복잡한 노사 관계를 노동자는 핍박받는 약자, 기업은 노동자를 억압하는 존재라는 구시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지나친 노동자 권익 우선주의로 기업의 의욕을 꺾는 것은 기업들을 좁은 어항 속에 가두는 결과가 될 우려가 크다. '퍼줄리즘'으로 불리는 과다한 복지정책도 재원을 부담하게 될 후손들과 기업들에는 꿈과 의욕을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재정 과잉을 넘어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글로벌 시대이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4차 산업혁명이라 칭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환경 개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의 좁은 울타리에 갇혀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제대로 보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는 우를 범했던 19세기 말 선조들을 기억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생존경쟁의 연속인 글로벌 지구촌 시대의 '촌놈'으로 전락하는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코이들이 피라미에 그칠지, 대어로 성장할지는 환경 개조에 우리 스스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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