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도시 이미지 깎아 먹는 대구미술관 내 불법 예식장

대구미술관 부속 건물에서의 불법 예식장 영업이 개관 이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공미술관 안에서 불법 예식 사업이 8년간 이어지고 있는데도 이에 속수무책인 대구시와 수성구청의 모습은 너무나도 무책임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대구미술관에 연간 1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쓰는 대구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대구미술관 부지는 개발제한구역이라서 예식장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인데도 민간업체는 2010년부터 연회장을 예식 사업장으로 용도 변경해 임대 수익을 챙기고 있다. 당국의 거듭된 시정 명령도 듣지 않고 있고 심지어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 대명천지에 그것도 공공미술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말문 막힐 일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대구시의 안일한 초기 대응이 단초가 됐다. 애초에 BTL(임대형 민간투자 사업) 방식으로 추진된 대구미술관 사업에서 민간 업체가 수익을 보전하려고 드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대구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더구나 예식장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연회장을 예식에 사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시가 제지하지 않았다는 민간 업체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구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대구시는 지난 2016년 대법원 승소 판결까지 받아놓고도 불법 예식장 임대 행위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수성구청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웨딩사업자에게 총 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이 전부라고 하니 시민들로서는 열불이 치밀 노릇이다.

서울, 부산, 대전을 비롯한 전국의 시'도립 미술관 가운데 상업적인 웨딩 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대구뿐이다. 그렇다 보니 주말'휴일만 되면 대구미술관은 예식 하객들과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룰 때가 적지 않다. 대표적 문화 복지 인프라이면서 도시 품격을 높여야 할 시립미술관이 오히려 도시 이미지를 깎고 있는 셈이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특별법 개정으로 이행강제금 상한선(5천만원)이 폐지된 만큼 앞으로는 더 과감한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