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을 고발하며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재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로 번지면서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한국의 미투는 마초주의 성 관념과 그릇된 갑을의 권력관계를 타파하려는 시대적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해자가 침묵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그간 주변에서 방관했던 관여자의 자성이 없다면 이러한 악습을 청산할 수 없다.
우리는 약 20여 년 전에 일어난 O양과 B양의 비디오 사건을 기억한다. 미완의 신인 배우와 가수의 꿈과 미래를 담보로 제작된 섹스비디오를 막상 두 양이 자신들의 요구에 불응하자 대중에게 공개하여 현장 퇴출을 유도함으로써 2차, 3차의 미투 확산을 방지하려고 했던 사건이다. 이때 한국에서 미국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면 작금의 '괴물'들이 그 당시에 퇴출되고 이들을 흉내 낸 새로운 '괴물'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괴물이라기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실제로 한강에 나타났나 했다. 인간 괴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평소에 거물로 존경받던 문학가와 연출가가 괴물로 둔갑하여 매스컴에 등장하였으니 기가 막힌다. 문화예술계 특유의 도제시스템이 철옹성의 진입 장벽을 친 까닭에 그 벽을 돌파하려는 연극 혹은 문학 지망생들의 꿈과 미래가 성폭력이라는 담보로 제공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괴물'들이 기생하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초 필자가 막 직장을 잡고 월급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 서울로 진출한 친구들의 목격담은 오늘날 미투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시스템이 구축된 환경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방송국 PD의 호출에 유명 탤런트와 배우가 룸살롱은 물론 서울역 주변의 포장마차에도 나타나서 그들의 수발을 들었으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투 피해자를 꽃뱀 프레임으로 엮거나 역으로 의심 가해자를 제비 프레임으로 엮어서는 곤란하다. 고발자 중에 자신이 의도한 성폭력 유발 사건까지 미투에 포함시킨다면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기에 적법의 진상조사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정확한 실태 조사와 피해자 혹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추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투(#You Too·너도 했느냐) 운동은 자성의 의미이다. 유투는 필자가 만든 조어다. 그간 미투를 알면서도 방관했거나 자신이 미투의 가해자가 아니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자는 의미이다. 성폭력을 위계적인 구조와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관행이었기에 불가항력이었다는 기만적인 표현으로 묵인한 점은 없었는지 자문해보자는 의미이다.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 관계자들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적극 참여하여 과거의 '괴물'을 내보내고 새로운 '괴물'이 나타나지 않도록 일조를 해야 할 시기임을 강조하는, 너도나도 고해성사를 하자는 의미가 유투에 내포되어 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발설하기 어렵다는 약점을 무기로 숨길 수 없는 범죄다. 그간 쉬쉬하면서 성폭력을 사실상 방관했던 관계자들의 철저한 자성 없이는 악습을 청산할 수 없다. 특히 '창작'을 생명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며 살아온 문화예술계에서는 가부장적인 악습을 타파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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