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현장 데이터가 중요하다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獨 업체 130년 된 수동 발판 선반

첨단기술 아닌 기존 기계로 혁신

4차 산업혁명 핵심 연결·데이터

기술 앞서 현장 데이터 관리해야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중앙부처나 각 지방정부마다 한결같이 4차 산업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미래 지역산업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데이터'(data) 결합과 '연결'(connectivity)을 확대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 사물, 공간, 심지어는 공정 등 모든 것들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된다. 또한 데이터가 생성'수집되고 클라우드(cloud)에 저장'공유된다. 이후 빅데이터 분석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지식을 축적하며, 인공지능(AI)이 접목되어 지능적인 의사 결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초연결(hyper connectivity) 사회'가 돼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사회와 경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문화와 가치가 형성된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최선의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연결, 특히 기술과 기술의 연결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연결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연결의 핵심 매개체가 바로 데이터이다. 알리바바 CEO인 마윈은 "앞으로 10년 후 세계 최대의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가 될 것이며 알리바바의 미래는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4차 산업혁명을 데이터 혁명이라고 했다.

인텔의 CEO인 브라이언 크러재니치도 "스마트시티나 자율주행 기술은 모두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모래나 물과 같은 자원은 한정됐지만 오는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 한 대당 4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 핵심 자원은 데이터임을 역설했다.

올해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8년 CES에서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은 AICBM(AI, IoT,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 핵심기반기술) 기술 기반의 스마트시티나 자율주행 기술보다는 오히려 독일 기업인 보쉬(Bosch) 부스였다. 이 부스에서는 130년 된 수동식 발판 작동 방식의 주철 작업용 선반(lathe)이 전시됐다. 1887년에 제작된 이 오래된 기계가 최첨단 CES 전시회에 등장한 이유는 바로 보쉬의 새로운 사물인터넷(IoT) 게이트웨이가 이 기계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굳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계만이 아니라 센서를 추가 장착하는 연결의 형식으로 기존의 기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단적인 사례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보쉬의 선반 사례에서 보듯 4차 산업혁명은 핵심기반기술만이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연결'을 키워드로 일어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 전체는 물론이고 특히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 AICBM 기술은 언감생심이고 데이터 연결 플랫폼의 틀이 되는 소프트웨어 역량과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센서나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소재 역량마저도 취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인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이 바로 기계 자체이거나 현장이다. 따라서 지역 중소기업은 AICBM과 같은 기반기술이나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의 활용을 고민하기에 앞서 우선 어떤 데이터가 가치 있는가를 파악한 다음, 해당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하고 관리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첨단 핵심 기반기술만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한다는 허상에서 벗어나자! 우문현답이라 했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우리의 문제는 여전히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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