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치가의 성 스캔들

"이번 정부는 섹스로 이름을 날릴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1960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그의 연설 담당자가 한 말이다. 그의 예언대로 케네디-재키 부부는 각자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만끽했고, '스캔들로 산을 쌓을 만큼' 난잡하고 방탕했다. 케네디는 백악관 수영장에서 나체로 친구, 비서, 배우 등과 놀기 바빴고, 재키는 유명인사, 선박왕 오나시스 등과 어울려 맞바람을 피웠다.

영부인이 한 달 넘게 유럽에서 귀국하지 않은 채 남자들과 어울려도 미국 신문은 침묵했다. 당시 미국 기자들은 정치가의 약점을 캐기보다는, 정치가의 마음을 얻어 특종을 잡으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소위 '접근 저널리즘'(access journalism)의 시대였다. 동서 냉전도 대통령의 사생활을 마치 국가기밀처럼 여기게 한 요인이었는데, 요즘 시각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풍토였다.

미국에서 정치가의 성 스캔들이 본격 등장한 것은 1988년 게리 하트 민주당 상원의원 사건이다. 깔끔한 외모와 영민한 머리로 '새로운 케네디'라고 불렸던 그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지지율 1위 후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많이 닮았다. 금발 모델 도나 라이스와 밤을 보낸 일이 마이애미헤럴드지에 보도되면서 지지율이 반 토막 났다. 그는 "오해받을 만한 실수였다. 비도덕적인 일은 없었다"는 그 유명한 변명을 내놨지만, 중도 사퇴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못 말릴 바람둥이'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가 대통령 출마를 고민하고 있을 때, 한 경호원이 농담을 했다. "주지사님이 출마하면 게리 하트 의원은 성인군자처럼 보이겠는데요?" 그러자, 클린턴은 "물론, 그렇겠지"라고 대답했다. 클린턴은 늘 '폭로 저널리즘'을 두려워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지퍼 게이트'로 처참하게 난타당했다. 역사가들은 케네디와 클린턴만큼 성문제로 긴밀하게 연관된 '호색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도 '미투 운동'으로 정치가의 성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1970년 '정인숙 사건'과 함께 몇몇 대통령의 숨겨진 자식 의혹이 회자되기는 했지만, 모두 미궁으로 끝났다. 권력형 섹스 스캔들은 숨겨놓은 폭탄과 같다. 안 전 지사 사건에서 보듯, 정치가의 이중성은 검증돼야 한다. 미국에 재미있는 속담이 있다. '부인에게 거짓말하는 남자는 나라에도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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