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희정 성폭행 파문, 권력의 성폭력 적폐 근절 계기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5일 폭로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일파만파다. 당장 안 전 지사는 6일 새벽 도지사직 사퇴와 정치 활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처벌 청원이 빗발치고, 경찰청도 내사 착수와 함께 김 씨 신변 보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의 출당과 제명 절차를 밟는 한편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국회의 독립기구인 인권센터 설립 추진을 약속했다.

이번 폭로로 지금 온 나라는 마치 쑤신 벌집과도 같다. 김 씨의 폭로는 권력을 앞세워 여성에게 가해진 추잡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이뤄졌지만 이전의 미투 고발과는 분명 다른 차원임이 틀림없다. 이는 지금은 한낱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전락하고 있지만 안 전 지사가 지금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참신한 인물로 인식되고 그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의 행각 또한 치명적이고 충격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일로 먼저 진보 진영과 진보 정권의 도덕성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부끄러운 진보의 민낯을 보였다는 비판이다. 안 전 지사는 한때 진보 진영의 유망 대선 주자로 국민적 지지를 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차세대 젊은 정치인이었다. 5일까지도 충남도의 최고 행정책임자였다. 과거에는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고 충남도의 인권 조례를 갖추는 데도 앞장섰다. 진보적인 정치 행보에 걸맞게 명성을 얻고 누렸다.

그런 그가 정무비서를 8개월이나 성폭행했다는 증언은 믿기지 않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미투 운동이 이뤄지던 지난 2월에도 성폭행을 계속했다. 게다가 안 전 지사 쪽 사람에게 이를 알려도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음은 물론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는 김 씨의 증언은 충격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번 폭로가 없었으면 땅에 묻혔을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남은 일은 철저한 수사로 김 씨의 용기로 어렵게 모습을 드러낸 그의 추한 행적을 낱낱이 밝혀 엄정히 사법 처리하는 일이다. 아울러 진영 구분 없이 사회 병폐인 이런 일의 근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전 사회의 자성(自省)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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