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핵화보다 남북 정상회담에 치중한 대북특사 카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5개 항에 합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특사단의 방북 목적은 비핵화 진전이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 개최였다고 할 만큼 비핵화에 대한 합의내용은 기대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이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이란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비핵화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정도의 의미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느냐이다.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란 당연히 핵 동결이 아닌 핵 폐기여야 한다. 핵 동결은 이미 핵 무력 완성 단계에 이른 현상을 추인하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과연 특사단이 이런 점을 김정은에게 분명하게 말했는지 의문이다. 정의용 실장의 브리핑으로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도 핵무장의 최종 완성까지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분명히하고 있다. 대화하는 척하면서 핵 무력을 완성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원천봉쇄하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신호에 미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4월 말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도 조급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선결과제는 북한의 비핵화이지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아니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은 북미 대화이고, 그 선결 조건은 북한의 비핵화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는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대전제다. 이런 전제조건의 충족 없이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과연 어떤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남북회담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모든 남북 갈등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사단 카드는 실패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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