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놀리는 공원 아파트 짓자"…대구시 "난개발" 반대

일몰제 앞둔 대구 도심공원, 민간 개발사업 제안 봇물…최고 인기 터는 '범어공원'

공원일몰제(공원 지정 해제)를 2년여 앞두고 범어공원과 학산공원, 갈산공원 등 대구의 도심공원 부지를 개발하려는 민간사업 제안이 밀려들고 있다. 도심 주택가와 가까워 막대한 분양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다 교통 접근성이 좋은 부지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단 대구시는 공원 주변이 이미 개발 포화상태인데다 녹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민간 개발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방침이다.

◆개발 제안 핫플레이스 '범어공원'

대구시내 장기 미집행공원 가운데 오는 2020년 공원일몰제가 적용되는 곳은 모두 38곳에 이른다. 이들 중 민간업체들의 개발사업 제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은 범어공원'대구대공원(수성구), 학산공원'갈산공원(달서구), 구수산공원(북구) 등 5곳이다. 이들 공원에는 지난 2014년부터 모두 14건의 공원 조성 개발제안이 들어왔다.

수성구 범어공원은 민간업자들의 개발 제안이 가장 많은 곳이다. 대구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범어동과 황금동에 걸쳐 있고 개발 가능 면적도 34만㎡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에는 한 건설업체가 경신중'고교를 범어공원 북동편으로 옮기고, 학교 이전터에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대구시는 현재 제안 내용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사업 예정지 주변에 아파트가 밀집해 심각한 교통 정체가 우려되고 통학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범어공원에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7개의 제안을 모두 반려한 바 있다. 심각한 민원이 우려되고, 공원을 과도하게 훼손한다는 게 이유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범어공원 주변은 모두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어 진입로 확보가 어렵다. 기존 도로를 활용한다 해도 도로 폭이 왕복 2차로에 그치는 곳이 많아 교통난이 불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갈산'학산'구수산공원 개발도 환경 훼손 우려로 불수용

달서구 성서1차산업단지 성서공단네거리~갈산네거리 서쪽에 위치한 갈산공원에도 5만㎡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축 제안이 들어와 대구시가 검토 중이다. 이곳에 산업용 공구'기계부품 복합유통시설과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것. 갈산공원은 화물차 통행이 잦아 주차장이나 차고지, 물류창고를 지으려는 잠재수요가 컸다. 그러나 평소 도로변 불법 주정차와 교통량이 많고 낮에도 교통체증이 발생해 대형유통시설이나 물류창고가 들어설 경우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달서구 학산공원도 건설업체 3곳이 공원 북서쪽 다목적운동장과 천주교 공동묘지 일대에 1천400~3천200가구 규모 공동주택 건축사업을 제안했지만 모두 수용되지 않았다. 이곳은 등산로 진입로가 있어 경관 훼손과 보행자 통행 불편이 우려되고, 묘 이장 부담도 크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3월에는 북구 구수산공원 북편 팔거천 서편 일대 4만5천㎡ 부지에 1천 가구 규모 공동주택을 짓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지만 협의 끝에 업체 측이 자진취하했다.

대구시는 비공익적인 민간 특례사업은 모두 거절한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공동주택 사업은 도심 경관과 녹지를 크게 해칠 가능성이 높고, 진입로를 확장할 공간도 부족해 교통 체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민간공원 조성을 최소화하는 대신 시비 865억원을 들여 공원 조성을 조기에 마칠 계획이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난개발이 우려되는 공원 주변 사유지를 우선 사들이면 개발 수요를 줄여 공원녹지를 보존할 수 있다"며 "다만 주민 편의를 높이고 공원 훼손도 적은 사업계획이 있다면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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