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 부속건물에 들어선 불법 예식장(본지 5일 자 8면 보도)을 계기로 대구시내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의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업체가 공공건물을 짓는 대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핵심이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불법을 저질러도 감시할 수단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간업체의 사업권을 환수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실시협약 맹점 노린 불법 영업 판쳐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지난 2010년 9월부터 예식장으로 사용되던 대구미술관 부속건물의 원상 복구와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기존 예식업체가 2년 만에 영업을 중단한 뒤 새로 입주한 업체도 역시 예식장이었다. 이처럼 영업이 중단됐던 예식장이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던 건 대구시, 미술관과 부속건물을 운영하는 대구뮤지엄이 맺은 실시협약의 맹점 탓이었다. 협약상에는 대구뮤지엄이 미술관 개관 90일 전에 운영 계획을 승인받도록 했지만, 승인 이후에는 관리 감독 권한이 없고, 부속시설은 운영 실적만 매달 보고하도록 했다. 한 번 승인을 받은 민간업체가 자의적으로 운영 계획을 변경해도 대구시가 제재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대구시가 추진한 민자사업이 허술하게 관리된다는 지적은 이미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범안로를 운영하는 ㈜대구동부순환도로의 경우 횡령과 배임 등으로 임직원들이 구속됐지만 대구시는 이들에 대한 감사 및 조사 권한이 전무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애초 사업계획서에는 결혼식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없어서 바로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BTL 사업 철회 고려…"쉽지 않아"
개관 이후 줄곧 불법 영업이 이어지면서 대구뮤지엄의 사업권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구시와 중앙정부가 20년간 상환하기로 한 800억원을 일시불로 주고 사업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도 지난해 3월 사업권 환수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시 기준으로 340억~38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앞으로 대구시가 내야 할 임차료가 47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90억~13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는 있다. 그러나 부실시공, 파산 등 사업자 귀책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불법 예식장 운영을 귀책사유로 삼기는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또한 지분을 소유한 민간업체 8곳의 동의를 모두 받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가 민간의 자금력으로 미술관을 짓다 보니 협약 자체도 시에 다소 불리하게 맺었다"면서 "시 사업소를 부속건물에 입점시키는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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