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짠내' 연예계 新트렌드

미우새 합류 김종국 호응…독립 준비하며 가성비 높은 살림 장만 '웃음'

'짠내'는 요즘 연예계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단어다. 여전히 드라마 속에 재벌 캐릭터가 흔하게 등장하고, 예능에서도 성공한 연예인들의 호화로운 삶이 조명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일.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소하게 자신의 취미 생활에 빠져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부각하거나 검소한 생활패턴으로 주목받는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호응을 얻고 있는 케이스가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처음에는 그저 '잘나가는' 연예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의외의 모습' 정도로 잠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서민들의 경제관을 흔들어 놓을 만큼 '정말로 검소한 연예인'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평상시 모습을 리얼하게 드러낸다. 지난해부터 인지도를 높이며 '대세' 반열에 들어선 김생민을 필두로 이상민과 김종국까지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짠돌이'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짠내'나는 연예인들의 소비패턴 역시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짠내' 나는 연예인들의 리얼한 일상 부각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는 최근 가수 김종국을 새로운 출연자로 투입하면서 또 한 번 반등의 기회를 얻었다. 김종국은 그룹 터보 출신으로 솔로 가수 활동을 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MC로 활동하고 있는 1976년생 중년 연예인이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활동하며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고 그저 블랙 색상의 옷만 고집하는 등 일상의 패턴까지 어느 정도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평상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건 처음이다. 사실 현재 김종국의 인기가 일상공개라는 코드만으로 시청자를 휘어잡을 정도로 높지 않은데 그럼에도 '미운 우리 새끼'에서 보여준 '별 것 아닌' 김종국의 하루는 꽤 흥미로웠다. 그 재미는 제작진이 김종국의 일상에서 뽑아낸 코드 때문이었으며, 그 코드는 바로 '짠내'였다.

'미운 우리 새끼'의 관찰카메라는 마흔을 훌쩍 넘길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살다 처음으로 독립하게 된 김종국의 이사 및 새 살림장만 과정에 집중했다. 케케묵은 옛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쌓아두며 "이렇게 의미 있는 물건인데" "언제 쓸지 모르는데 어떻게 버리니"라고 중얼거리는, 꽤 돈 잘 버는 스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꽤 참신한 재미를 줬다. 밥값 낼 때는 지갑을 열어젖히면서 막상 자신이 쓸 물건을 살 때는 돈이 아까워 움츠리는 김종국의 검소함은 소위 '욜로' 문화의 반대진영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짠내' 코드에 딱 맞아떨어져 서민층에 해당하는 대다수 시청자들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첫 공개된 김종국의 에피소드가 꽤 화제가 되면서 프로그램 시청률 상승에 기여하자 제작진은 그다음 주에도 또 한 번 김종국을 내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토니안-박수홍-김건모-이상민 등 기존 출연자들의 에피소드를 주간 단위로 고루 보여주는 '미운 우리 새끼'의 기본 패턴을 뒤로 하고 2주에 걸쳐 김종국을 메인으로 끌어올려 시청자 유입을 노렸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의 원년 '짠내' 멤버 이상민을 김종국 에피소드에 동시 출연시켜 궁색한 중년 남자들의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해당 회차에서 이상민은 본가에서 나와 독립하는 김종국의 살림 장만을 도우며 '스크래치 가구' '도매 식기구' 등 '가성비' 높은 쇼핑 코스를 소개했다. 값은 싸도 질 좋은 도자기 식기를 추천하는 이상민과 그저 싸고 안 깨지는 플라스틱 식기를 택하는 김종국의 대치 상황은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아끼는 건 같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치관이 드러나 쏠쏠한 재미를 줬다.

◆'짠내' 캐릭터로 주목받는 연예인들

김종국이 소비에 있어 그저 귀찮음으로 일관하는 스타일이라면 이상민은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럭셔리하게 포장된 일상을 살아가려 애쓰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이상민은 가수와 프로듀서로, 또 기획사 대표로 큰 성공을 거두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가 큰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경험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 걸려 힘들어하다 열심히 운동하고 금주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지고 일에 집중해 재기에 성공했다. 아직 남은 빚을 탕감하는 날을 손에 꼽으며 검소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건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상민의 이미지다. 돈은 없는데 잘나가던 전성기 시절의 소비패턴과 그 당시 써본 물건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허세를 부리며 웃음을 준다. 세계 곳곳에서 공수한 소금을 싸들고 다니며 맛을 느껴보라고 지인에게 권하는가 하면 좋은 가죽의 촉감은 손끝으로 만져 봐도 알 수 있다며 허풍을 떤다. 고급 슈퍼카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면서도 이젠 구매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쓴 웃음을 짓는 이상민의 캐릭터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하다. 자칫 대물림까지 해야 할 정도로 많은 빚을 10여 년에 걸쳐 꾸준히 갚아나가며 다시 '대세' 연예인의 대열에 들어선 이상민은, 그 치열한 인생사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캐릭터화해 친근감을 주고 대중의 호감을 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짠내' 트렌드를 선도한 김생민은 요즘 10개가 넘는 고정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종횡무진 연예계를 누비고 있다. KBS2 TV '연예가중계'의 리포터로, 또 SBS 'TV 동물농장' 등 몇몇 장수예능 프로그램의 보조MC로 활동하며 주목받는 스타들과는 동 떨어진 삶을 살아온 생계형 연예인의 대표적인 인물이 김생민이다. 지난해 팟캐스트로 시작해 KBS에 편성돼 화제가 된 '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를 얻으면서 데뷔 후 무려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예인으로서 주목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절대다수 흙수저들의 마음 흔든 '짠내'

김생민의 인기 요인은 명확했다. 철두철미한 절약 습관이다. '돈은 안 쓰는 것'이라며 가령 스스로 생각하기에 과소비라 생각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여지없이 '스튜핏'을 외쳐 웃음을 자아낸다. 예능이라는 장르의 성격상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짠돌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향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김생민의 실제 삶에서 기인한 언행이라 이 또한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tvN은 김생민의 대중적 인기에 기반을 두고 그를 캐스팅해 '짠내 투어'라는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즐겁게 여행을 즐기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김생민의 모습이 특히 흥미롭다. 돈 안 쓰고 멋진 여행을 안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김생민은 지나치게 검소한 패턴으로 함께 여행하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이 과정이 때로는 '뭘 저렇게까지'라는 부정적 반응을 불러오기도 하는 게 사실. 하지만, 이 또한 '짠돌이' 김생민이 순수한 자신의 캐릭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다. 본격 예능 프로그램에 정식 투입돼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 향후 캐릭터를 발전시켜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내면 그만이다. '짠내'라는 단어가 주목받으면서 연예계 내에서도 이 분야에 해당하는 이들이 새삼 주목받곤 한다. 둘이 가서 국수 한 그릇만 시킨다는 설운도의 에피소드가 다시 알려져 웃음을 자아내고 열심히 아끼고 버텨 성공가도에 오른 배우 정상훈, 그리고 가수 이준의 케이스도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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