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업체가 직원 퇴직금 명목으로 걷어간 돈이 직원에게 실제로 지급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아파트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최종 판결로 지역 아파트 관리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A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업체를 상대로 직원 퇴직금 명목으로 걷어간 '퇴직충당금' 중 미지급 금액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본지 2016년 7월 12일 자 6면 보도)에 대해 최종적으로 입주민 손을 들어줬다. 대구에서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관리업무 계약을 맺은 B업체에 퇴직충당금 1천200여만원과 소송 비용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B업체 측은 앞으로 제기되는 소송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업체 관계자는 "하급심이지만 관리업체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고, 대법원 판례가 누적돼 이를 인용한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도 아니다"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관리업체가 도산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지역 대부분 아파트단지가 이번 판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리업체를 통해 위탁운영하는 아파트가 대구시 전체 공동주택 가구의 절반 이상으로 알고 있다. 연간 퇴직금 미지급분이 6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손해배상 시효가 최대 10년이기 때문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퇴직충당금 반환을 놓고 다툼을 벌이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합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대구지역 C, D 아파트 관계자들은 최근 관리업체와 각각 퇴직충당금 9개월분 1천200만원, 8개월분 3천만원을 돌려받기로 합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관리업체들이 겉으로는 법적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퇴직금 미지급분을 관리업체가 가져가는 사례가 유난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많다는 지적과 함께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데, 아파트 관리소장들은 관리업체의 입김 탓에 고용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일부 위탁업체가 입주민들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 확실한 법적 제동을 건 만큼 행정기관도 전면적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학엽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시회 회장은 "경기도 등 지자체는 가가호호 설문지나 유인물을 보내거나 지자체가 표준관리규약준칙을 만들어 관련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민간 영역에서 계약상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행정당국이 적극 개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구'군별로 아파트 관리소장 및 입주자대표를 대상으로 매년 5시간 실시하는 '아파트관리 열린주민학교' 프로그램에 관련 교육 내용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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