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깨진 혁명의 꿈

'조선의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오늘의 갑종지도(甲從之道)'.

조선조 양반 지배의 차별 사회는 여성 지배 논리를 중국에서 건너온, 여자가 살면서 따르는 세 길, 즉 삼종지도라는 주장으로 삼았다. 어려서는 부모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외곬 기준이었다. 아울러 남편이 여러 다른 여자를 거느리거나 관계를 마음껏 맺더라도 부인에게는 남편과 헤어지는 '이이' (離異) 즉 이혼의 법적인 자유도 없도록 했다. 오로지 '혼서(婚書)를 받고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성혼(成婚)을 허락하는 사람'만 예외였다.

특히 조선은 임금에서 지배계급에 이르기까지 몇 명의 여자를 거느릴 수 있도록 했다. 조선 개국과 함께 역시 중국의 옛 사례까지 조사, 참조했다. 물론 '후손이 끊어지지 않게 하고, 인륜을 바로잡기 위한다'는 보다 그럴듯한 이유를 둘러댔다. 이런 틀은 남성의 욕망을 채우려는 속셈이었음이 드러났다. 조선실록 등 뭇 기록에 나오는 지배층의 추잡한 성적 일탈 사례는 생생한 흔적이다. 특히 온갖 이유의 축첩(蓄妾), 동물처럼 사고팔던 노비(奴婢)를 성적 노리개로 삼은 그들 행적이 그렇다.

권력자와 가진 자의 이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는 조선 500년 동안 이어졌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자본주의 옷을 입고 갑을(甲乙) 관계로 겉만 달라졌을 뿐 여성 성폭력은 여전하다. 썩은 보수 진영은 두고라도 진보 진영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0년 12월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위원회'의 등장과 2003년 백서 발간 후 활동 종료는 좋은 사례다. 100인위원회는 운동권과 진보 진영이 보다 윤리적 도덕성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진보적인 여성 활동가들의 바람이 배인 단체였던 셈이다.

최근 봇물인 '나도 당했다'(미투'Me Too)는 고발 증언을 보면 운동권과 진보 진영의 도덕적 윤리적 신뢰성 확보를 위한 100인위원회의 성폭력 뿌리 뽑기 활동이 돋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정무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폭로와 정봉주 전 국회의원 등 '갑' 위치의 숱한 진보 진영 인사의 파렴치한 행각을 살피면 더욱 그렇다. '초등학교 대통령과 장군이 장래 희망'(2017년 관훈토론회)이고, '고등학교 1학년 제적부터 20대까지 혁명을 꿈꾸던'(2016년 같은 토론회) 안 전 지사의 몰락은 100인위원회가 뿌리 내리지 못한 것처럼 지금 진보 진영의 벽을 보는 듯하다. 갑종지도, 진영할 것 없이 온 사회가 저마다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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