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5㎝ 때아닌 3월 폭설…雪雪 긴 행정

3월 역대급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대구시내 곳곳에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수성구 앞산터널 진출입 도로가 거북운행 차량들로 극심한 체증을 빚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3월 역대급 폭설이 내린 8일 오전 대구시내 곳곳에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빚어진 가운데 수성구 앞산터널 진출입 도로가 거북운행 차량들로 극심한 체증을 빚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예측못한 기상청…10㎜ 정도 비 올 것으로 예보, 눈 3.2㎝ 쌓인 오전 7시 30분 부랴부랴 뒤늦은 대설주의보

역대 세 번째 규모의 3월 폭설에 대구 도심의 시스템이 한순간 마비됐다. 7.5㎝의 눈에 도시 전체가 멈춰선 데는 기상청의 빗나간 예측에 대구시의 미흡한 대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8일 대구에 내린 적설량은 7.5㎝로 1957년 3월 8일(12.1㎝)과 2010년 3월 10일(9.2㎝)에 이어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상 당국은 이날 오전까지도 경북 북부산지를 중심으로 2~7㎝의 눈을 예상했을 뿐 대구에 내린 폭설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8일 대구의 아침 최저기온을 영상 2℃로 예측하고 10㎜ 정도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아침 최저기온은 0도까지 떨어졌고, 오전 4시 30분을 기점으로 비는 눈으로 바뀌었다.

기상 예측 자체도 늦었다. 대구기상지청은 이미 눈이 3.2㎝나 쌓인 오전 7시 30분에야 부랴부랴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비가 눈으로 바뀐 지 3시간 뒤에야 눈 소식을 예보한 셈이다. 대설주의보는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때 대구 도심은 이미 출근길 시민들이 막힌 도로에서 거북운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10㎜ 정도의 강수량이 눈으로 바뀌면 부피가 10배나 늘어 10㎝가량의 눈이 쌓이게 된다. 예측한 기온과 불과 2도 차이였는데 폭설로 변했다. 대구는 분지 지형의 영향으로 눈 소식이 드물지만 때로는 지형 탓에 눈구름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정확한 분석에 실패한 부분을 인정한다. 앞으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늑장대응 대구시…오전 5시 30분부터 제설 작업, 재난 문자는 7시 넘어서 발송, 어설픈 대처에 시민들 발동동

대구시의 미흡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시는 눈이 이미 3㎝나 쌓인 오전 5시 30분부터 제설작업을 시작했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산간 지역에는 눈 소식이 있어 동구 팔공산 주변 지역은 미리 대비했지만 다른 지역은 비가 눈으로 바뀐 뒤에야 대응을 시작했다"면서 "밤새 내린 비와 진눈깨비로 도로가 젖은 상태여서 눈이 쌓이지 않을 줄 알았다. 이미 쌓인 눈에 제설제를 뿌려 효과가 떨어진 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시가 시민들에게 보낸 재난 발생 문자도 비난을 받고 있다. 시는 이날 오전 7시 22분 시민들에게 '강설이 지속되고 있으니 대중교통 이용, 내 집 앞 눈 치우기 등 협조바랍니다'는 내용의 경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눈이 쌓여 교통대란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도 '태평한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재난 문자를 보고 놀랄 시민들도 우려했고, 오전 7시까진 별다른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정 당국의 어설픈 대처에 시민들만 오전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오전 대구시에는 '달구벌대로로 평소에 5분이면 가던 길이 40분이나 걸렸다' '내리막길 도로에 시내버스가 1시간째 멈춰 서 있다' '구청 앞 인도에 제설이 안 돼 넘어질 뻔했다'는 등 각종 민원이 쏟아졌다.

손모(29'서구 내당동) 씨는 "평소보다 20분 일찍 출근에 나섰지만 도시철도로 사람들이 몰려 3번이나 탑승을 못했다"면서 "역무원들은 계속 사과했지만 늦게 탄 사람을 내리게 하거나 노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등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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