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알파인스키에 '스키 여왕' 린지 본(34'미국)이 있다면, 좌식 스키에는 2014년 소치패럴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안나 샤펠후버(25'독일)가 있다.
하반신 마비를 안고 태어난 샤펠후버는 5살 때 스키와 만나면서 자유를 얻었다. 땅에서는 휠체어 없이 한 걸음도 뗄 수 없지만, 하반신 마비 선수가 사용하는 아웃트리거(휠체어 아래에 스키를 부착한 좌식 스키)만 있으면 자유자재로 눈밭을 누빈다.
처음 출전한 2010년 밴쿠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출전한 5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알파인스키에서는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패럴림픽 알파인스키는 남녀 모두 활강, 슈퍼대회전, 회전, 대회전, 슈퍼복합 등 5개 종목으로 나뉜다. 대신 장애 유형에 따라 등급을 나눠 가중치를 적용, 순위를 가린다.
평창에서도 샤펠후버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캐나다 킴벌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그는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해 총점 700점으로 전체 3위에 올랐다.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그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전관왕에 대한 부담이 처음에는 있었다. '다시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1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샤펠후버는 생각을 바꿨다. '내가 평창에서 따려고 마음먹은 메달은 사실 이미 집에 있는 것들'이라고 주문을 외웠다. 샤펠후버는 "집에 있는 메달들 생각 덕분에 이제는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평창에서는 잃을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애초 샤펠후버는 평창패럴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평창에서 더는 은퇴에 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서 패럴림픽 개막만을 기다린다.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모두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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