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북한 비핵화 과연 가능한 일인가?

서울대 농경제학과.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경제학과.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美 정보수장 北 비핵화 의지 의구심

한미훈련 축소 대북 제재 이탈 우려

제재 완화하면 무역전쟁 가능성 커

김정은 제안은 동맹국 분열 노린 것

지난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의 김정은 면담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4월 말에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예정되고 주변 4강을 한국 특사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설명하러 연쇄 방문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정의용 특사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5월 말까지 미'북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3가지 조건이 옵션으로 담겨 있다. ①항구적 비핵화 달성 ②한미연합군사훈련 인정 ③김정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까지 압박 계속 등이다.

과연 5월 말까지 미'북이 사전 접촉, 탐색 대화,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외관상으로만 보면 언론보도나 국민 여론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큰 기대를 보이고 외국 언론 또한 이를 '문재인 운전석론'이 성과를 거둔 양 보도하고 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되어 공표되어야 할 내용이 이번 특사 방문에서 미리 제시되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면 북이 반대하는 4월 초 한미군사훈련 문제와 미'북이 비핵화 대화가 선결되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에 의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김여정, 김영철 방문에서 펜스, 이방카와의 극적인 회동을 기대했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미국 측의 강력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사전 해결 요건만 확인되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주객이 전도되어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와야 할 북한 비핵화, 미'북 대화 의지 및 한미군사훈련 등에 북측의 입장 표명이 정의용 특사단 파견에서 미리 확인되었다.

일단 미국 측의 입장은 겉으로는 대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나는 듯 보이지만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국방정보국(DIA) 등 주요 미국 정보부서 수장들은 일제히 북의 비핵화 실행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6자 회담과 제네바 합의 등에 나섰던 북측과 비핵화 협상을 한 경험이 있는 전직 관료들 또한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북의 비핵화 의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핵이 없던 김일성이 1991년 남측이 보유한 미군의 전술핵을 없애기 위해 한 기만적 표현이며 김정일 또한 이 발언을 강조한 직후 2006년 1차 핵실험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보장이 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북측의 입장 또한 결론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미군 철수 등이 이루어질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측 입장에서 보면 수없이 속아온 북의 기만적 대남 적화전술의 반복에 불과하다.

또 4월 한미군사훈련을 예전 수준으로 시행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면 조절을 기대한다는 언급은 기만적 수사에 불과하다. 이는 얼마 전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말한 도상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불과한 키리졸브 훈련은 하고 실제 전략자산 등 주요 장비와 미 예비군 등 병력이 다수 출동하는 기동작전인 독수리 훈련은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기간을 축소할 수 있다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부분을 보면 한국 특사단이 김정은과의 단 4시간 회동 설득 결과, 김정은이 통 큰 양보를 했다는 식의 일부 언론보도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작년 12월 이후 중국, 평양, 판문점 등에서 남북 측에 사전협의 모임을 가졌다는 외신보도 내용이 더 신빙성이 가는 대목이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주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만나 4월 한미군사연합훈련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 잠수함, 핵 항공모함 등이 안 와도 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애초 6월 개최설과 달리 굳이 4월 30일께 남북정상회담 날짜를 정한 것은 4, 5월 두 달 동안 시행될 독수리 훈련을 정상회담 전에 대폭 축소하여 대충 끝내기 위한 북의 의도가 반영된 것임을 짐작게 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얼마 전 문 대통령을 만나 '한미군사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는 청와대가 내정간섭이라 공개 비난해 놓고 주적인 북한의 요구에 따라 정상회담 날짜를 4월 30일께로 정한 것은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한 정상회담인지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

북측의 미국 측에 대한 비핵화 의지 표명,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계별 폐기 등 별도의 선심에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은 수용하였지만 이 회담이 과연 제대로 성사될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의 비핵화 의지를 탐색하는 예비 대화, 특사 파견 등이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질적 비핵화 실행 전까지 현재의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측은 북측의 대화 제안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국, 러시아, 한국 측이 대북 제재 압박 전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미'중 간 전면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국 측이 제재 완화 입장을 보인다면 한미 간 무역통상 분쟁이 극심해지고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도 있다. 결국 김정은의 이번 미'북 정상회담 제안, 비핵화 제안은 평화정착보다는 대북제재 동맹의 와해와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만약 미'북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북 강경노선 선회로 급변할 수 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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