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직결되는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판'을 벌이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의제 설정은 물론 논의 방향, 합의 결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이 비핵화 문제를 놓고 공통분모를 마련할 수 있도록 '사전정지'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과 비핵화 '의지'만 표명한 상태인 북한이 현시점에서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비핵화 의지가 '구체적 조치'로 이어지도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북핵 못지않게 문 대통령 역할이 중요한 것은 평화체제 구축이다. 평화체제는 현재의 정전체제를 전환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다자간 합의의 틀이다. 이는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개념의 평화협정보다 논의의 폭이 훨씬 더 큰 상위개념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항구적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북미 양측에 평화체제 논의를 제안하는 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4월 말 만나는 김 위원장에게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자는 뜻을 밝히고 이를 적극 설득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핵 포기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체제 보장'의 핵심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김 위원장이 받아들일 개연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만약 받아들인다면 문 대통령은 자연스레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연결시켜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포괄하는 큰 틀의 '담판'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화체제 논의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계될지도 관심사다. 이는 한미동맹의 요체(要諦)와 직결된 것으로, 국내 정치와 대미관계의 가장 민감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일단 청와대 관계자들은 분명히 선을 긋는 분위기다. 남북한이 추후 통일을 실현하더라도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전판'으로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북측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찾아온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제 생각에도 미군 주둔이 나쁠 게 없다. 다만 미군 지위와 역할이 변경돼야 한다. 주한미군은 공화국(북한)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조선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서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한반도 평화의 안정축으로서 주한미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대해 '동의'를 끌어낸다면, 이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체제 논의에 나오도록 설득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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