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북 정상회담, '북핵 불가역적 폐기' 구체적 로드맵 나와야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조치를 제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9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이란 단어를 9번이나 쓰면서 "북한이 앞서 밝힌 비핵화 의지와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미국은 현재 북한과 협상 단계에 있지 않다"며 "미국은 북한이 약속한 사항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북한의 대화 요청에 응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 원칙으로 미국이 견지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재확인한 것으로,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이 이와 부합하는 신호를 보내거나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1994년 제네바합의,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 모두 북한의 검증 거부로 '핵 동결' 언저리에서 머문 채 '핵 폐기'에는 접근도 못 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이런 방침과 긴밀히 보조를 맞춰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의 성격을 갖는다. 이 회담을 통해 김정은이 대북특사단을 통해 전달한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그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김정은의 '비핵화'가 무엇인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만약 '핵 동결'이나 그 이후 먼 훗날의 '핵 폐기'라면 문 정부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김정은의 지연전술에 말려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정상회담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 비핵화에 대한 기존의 의구심을 떨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전문가들은 핵 동결과 핵 폐기를 분리해야 할 기술적 이유는 없다고 한다. 김정은이 핵 폐기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핵 동결과 핵 폐기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남과 북은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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