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핵, 후진국병 불리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매년 3만명 이상 발병 OECD 1위

정부 검진 사업, 영유아 무료 접종

뚜렷한 증상 없어 치료 늦기도

항결핵제 복용 땐 전염성 사라져

대한민국은 지난 2015년 신종 감염병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가 출현, 서른 명이 넘는 환자가 사망했다. 국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사회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경제도 침체됐다. 허술했던 보건의료방역 체계는 도마 위에 올라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큰 피해를 줘온 감염병은 따로 있다. 오랫동안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낳은 결핵이 그것이다. 결핵은 '가난한 사람들의 병' '후진국병' 등으로 불리지만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여전히 매년 3만 명 이상 결핵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결핵을 만만히 봐선 안 되는 이유다.

◆결핵, 여전히 한국인을 괴롭히는 주요 감염병

결핵은 기원전 7천 년쯤 석기시대의 화석에서 그 흔적이 발견됐을 정도로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병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핵은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 같은 해 학회에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3월 24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결핵의 날'이다. 선진국과 달리 생활 수준이 낮은 나라들은 여전히 결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게 결핵이 여전히 흔한 질환에 속한다.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1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전파, 감염되는 게 결핵이다. 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결핵균이 포함된 침방울을 배출하는데 주변에 있는 이들이 숨을 쉴 때 결핵균이 폐로 들어가는 식으로 전염된다. 침방울의 수분이 적어지면서 멀리까지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되는 때도 감염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어 결핵 환자 바로 옆에 있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한국인 3명 가운데 1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됐다는 통계도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증상, 전염력이 없지만 잠복결핵의 약 10%가 결핵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국내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잠복결핵 감염률은 표본조사자 중 약 33.2%나 됐다.

◆2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면 결핵을 의심할 것

결핵 환자와 접촉했다고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건 아니다. 대개 결핵 환자와 접촉한 이들 가운데 30% 내외가 결핵균에 감염되고, 감염된 이들 중 10% 정도가 결핵 환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90%는 일생 동안 결핵을 앓지 않는다.

문제는 결핵이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 결핵에 걸린 것인지 알지 못하다가 치료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 하지만 기침은 다양한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감기 외에도 기관지염, 천식,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앓아도 기침을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기침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게다가 결핵은 1, 2년 혹은 그 이상으로 잠복기가 길다. 결핵 환자가 된 이들 중 절반가량이 1, 2 년 안에 발병할 뿐이다. 나머지는 면역력이 약해질 때 발병한다. 잠복기 중 결핵에 걸린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옮길 수 있다.

기침을 한다고 무조건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하거나 객담 결핵균 검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뚜렷한 원인을 모른 채 2, 3주 이상 기침을 한다면 결핵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결핵으로 진단되더라도 2주 정도만 항결핵제를 복용하면 전염성이 사라진다.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정부도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6년 '결핵 안심국가 실행계획'을 수립해 이듬해부터 의료기관과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고교 1학년 등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생후 4주 이내 영아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실시(2017년 10월 16일~2018년 1월 15일) 중인 경피용 BCG 백신 무료 예방접종 기간을 6월 15일까지 연장해 시행 중이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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