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안희정/ 박수현/ 정봉주…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검찰에 깜짝 출석했다. 수사 준비를 끝내면 어련히 알아서 소환 통보를 할 터인데 허를 찔렀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국민께 도민들께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성폭행 피해자에게는 한마디 말조차 없었다. 왜?

아니나 다를까, 한 언론사는 안 전 지사가 검찰조사에서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성폭행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고 전했다. 로맨스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권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여권의 차세대 대권 주자로 각광받던 안 전 지사는 '내로남폭'(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성폭행) 정권을 탄생시킬 뻔했다.

안 전 지사의 만행(?)을 폭로한 김지은 씨에겐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의 추가 폭로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1년 넘게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추가 폭로가 없었다면, 김 씨는 '참, 나쁜 여자'가 될 뻔했다. 안 전 지사에게 '더좋은민주주의'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안희정 왕국!

안희정의 친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구설에 올랐다. 친구 따라 차기 충남지사에 도전하는 여권의 예비후보다. '내연녀 공천 의혹'에 대해 폭로자의 부정청탁 요구 주장으로 반박했다. 이에 전 부인은 그의 복잡한 여자 관계를 또다시 폭로했다. 뭐가 뭔지 솔직히 헷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재인 청와대의 '입'이었던 박수현 예비후보의 수신(修身) 제가(齊家)가 영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이 나라의 주요 보직에 있었는데, 어찌 세상이 편안할까.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로 이름을 떨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은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 당일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면서 시련을 겪고 있다. 월간 '말' 기자 출신인 정 씨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교육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성추행 의혹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물론 정 씨는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부인과 재폭로가 이어지면서 법정 공방으로 치달을 기세다.

미투(Me Too)를 공작적(음모론적) 시각으로 분석한 '나 꼼수' 출신 김어준 씨가 또 한 말씀했다. "미투 폭로가 왜 진보 세력에서만 터져 나오느냐? (보수라고 성폭력이 없었을까?) (봐라, 내 말이 맞지!)" 뭐 이런 식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의 진보'좌파에게 미래가 있을까? 보수 적폐만이 오로지 그들의 살길이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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