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구미 서희아파트 입주민들의 하소연

전병용 기자
전병용 기자

"3억5천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새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벽에 물이 새 벽지를 다 뜯어내고, 비만 오면 보일러실에 물이 흥건하게 고였습니다."

"마룻바닥은 삐걱거리고, 식탁 위 전등은 엉뚱한 위치에 설치돼 식사 때마다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밥을 먹어야 합니다."

"하자보수를 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시공업체에 요구했지만, '내 업무가 아니다. 다른 곳에 알아봐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이제는 아파트 입주민 사이에 '싸움닭'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구미 문성지구 서희아파트 입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서희건설은 1천200여 가구의 신규 아파트를 신축했지만, 입주 한 달 만에 6천여 건의 하자보수 민원이 봇물을 이뤘다. 15일 현재 2천여 건의 민원을 해결했을 뿐이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1월 말부터 입주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하루에도 수십 대의 이사업체 차량들이 오가면서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헌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를 구입하고도 이사를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둥지를 틀어야 하지만, 새 아파트의 하자보수가 끝나지 않아 이사를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서희건설의 대응은 가관이다.

그동안 입주민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다가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피해가 심한 입주민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하자보수를 해주고 있다.

서희건설 측의 변명도 궁색하다.

"동절기에 공사를 하다 보면 온도 차로 인해 마룻바닥이 들뜰 수 있다" "외부로 연결된 우수관의 이음새가 빠져서 지하실에 물이 고였다" "밖으로 연결된 보일러실의 연통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었다" 등이다.

유명건설사가 이런 사소한 것도 염두에 두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또 다른 부실공사가 있지 않은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전국적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건설현장을 누비는 서희건설이 구미에서 아파트만 짓고 돈만 벌어서 떠나면 그만이라는 먹튀 건설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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