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5회를 맞는 대구연극제는 지역 연극계에서 주최하는 가장 큰 문화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창작극 발굴과 기성 및 신진배우들과의 조합을 목적으로 양질의 공연을 선사하기 위한 첫 공식 무대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극단들이 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현재 각자의 연습실에서 땀 흘리며 준비하고 있다. 봄의 새싹이 움트기도 전인데 대구 연극인들은 극장을 지키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구는 연극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한국전쟁 때 대구로 피란을 왔을 당시 서울에서 활동하던 국립극단의 전신인 극단 '신협'이 햄릿을 공연한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의 한국 연극을 있게 한 고(故)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키네마극장에서 공연됐는데, 햄릿 역의 고(故)김동원 선생께서 명연기를 선보여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기록이 있다. 1950년대 초 대구는 전국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수많은 작품활동과 동시대 담론을 나누는 만남의 장이었다. 국립극단의 연극으로 물꼬를 터 일본 유학파 출신 연극인이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고(故) 홍해성 선생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전업 연출가로 활동, 일본 신극의 보고라 평가하는 '축지소극장'에서의 경험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와 전국을 돌며 우리나라 연극의 토대를 일구는 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홍해성 선생도 대구에서 나고 자란 이력을 보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족적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대구는 근대사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60년의 세월 속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이해랑과 홍해성 선생으로 시작된 근대연극사의 흐름은 고(故) 이필동 선생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고, 연극이 관객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울고 웃는 순간을 창조했다.
지금도 그들의 명맥을 기억해 현재의 대구는 연극과 무대예술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당시 정치학적 문화사적 맥락이 맞닿아 지역의 의의가 강하게 표출된 만큼, 연극을 대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은 굳건히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구 연극인 특유의 건전한 보수성, 즉 좋은 것은 지키고 옳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와 태도는 다양한 행동양식으로 발화되어 지역 연극계에 존재하고 있다. 대구연극제는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장이다. 동시에 극단들이 창작극을 중심으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여 긴장감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각 지역의 대상작이 본선에서 만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연극계 동향을 본다는 것과 일치한다. 숭고한 역사를 갖고 있는 '대구 연극이 곧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신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관객들이 연극제 기간(3월 22일~4월 1일) 동안 극장을 찾아 아름다운 기억을 담아갈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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