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한 소도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송숙 씨가 아이들의 동심을 엮은 동시집을 펴냈다. 이 시집엔 올해 새로 담임을 맡은 4학년 학급 26명의 작품이 실려 있다.
교실 한쪽에 작은 베란다가 딸려 있었고 송 교사는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꽃과 채소를 심었다.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면서 화단엔 곤충과 벌레들이 모여들었다. 시집에는 이 과정에서 일어났던 생명에 대한 외경, 자연에 대한 단상(斷想)이 동심이라는 렌즈를 통해 투영되었다.
퍼온 흙을 낑낑대며 나르던 시간, 이랑을 고를 때 들리던 경쾌한 연장소리, 개구리밥을 걷어내던 분주한 손길은 한 줄 시가 되어 문장 속으로 녹아들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이외수는 "아이들의 시를 읽으며 나의 나이가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며 "책을 덮을 때 난 7살 어린이로 돌아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조석구 시인도 "4학년 6반 교실 구석구석엔 맑은 음표들이 떠다니고 아이들은 상상의 뜰채로 음표를 걷어 올려 시를 쓴다"며 "뜰채 아래로 빠져나온 것들이 화분에 내려앉아 꽃씨, 채소, 옥수수, 벼, 애벌레가 된다"고 평했다.
송 교사는 2년간의 휴직 후 아이들과 시로 공감을 나누기 시작했으며, 작년에도 아이들이 써온 시를 엮은 '시똥누기'를 펴내기도 했다. 127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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