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대구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했다. 도쿄를 1박 2일 일정으로 짧게 다녀오는 것은 쉽지 않다. 나리타공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 대구공항과 하네다공항을 왕복하는 항공편이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도쿄를 방문하면 항상 신주쿠에 숙소를 정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키노쿠니야 서점 본점이 신주쿠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간다의 고서점가도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편리하다. 일본 출판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간다 고서점가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일본의 대형서점에서는 계산대에서 서점 특유의 포장지로 책에 커버를 씌워준다. 책을 담는 봉투나 쇼핑백에도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책이 젖지 않도록 비닐봉지로 정성스럽게 쇼핑백 윗부분을 덮어준다. 사소한 차이지만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찾고 싶은 책을 문의하면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책을 직접 찾아준다. 서가 위치가 적힌 종이만 건네주고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키노쿠니야 서점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해외 잡지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 대형서점과는 달리 잡지를 비닐로 밀봉하지 않아서 내용을 살펴본 뒤 구입을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 의자가 있긴 하지만 독서실처럼 장시간 앉아 있을 분위기는 아니다. 서가 위치나 인테리어의 변화가 별로 없어서 익숙한 분위기에서 책과 편하게 만날 수 있다.
키노쿠니야 본점 2층 문학 코너를 오랜만에 방문했다. 엽서 크기의 종이에 저자가 독특한 글씨체와 디자인으로 인사말과 멋진 사인을 남긴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서점 직원에게 문의해 이 홍보물의 명칭이 '피오피' (POP)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지만 피오피를 따로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여러 작가의 피오피를 살펴보면서 손 글씨에 매료되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느껴졌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인 재일교포 유미리의 신간 '봄의 소식'의 피오피는 두껍게 힘이 실린 작가의 필체가 인상적이었다. 피오피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유미리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키노쿠니야 본점 직원이 독단과 편견으로 추천하는 '2017 나의 책 한 권'이라는 제목의 코너도 흥미로웠다. 여러 분야의 책을 서점 직원이 추천하는 내용이 손 글씨로 피오피에 담겨 있었다. 멋진 그림과 함께 실린 수준 높은 서평이 인상 깊었다. 재미있고 독창적인 피오피를 만들어 책과 함께 지인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노쿠니야 지하 1층 여행 서적 코너를 방문했다. 일본 여행 작가인 야스다 료코가 집필한 '대구 주말 트래블, 설레는 대구 즐기는 법 48'이 비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매일신문 기사를 읽고 아마존에서 구입한 책이다. 키노쿠니야 본점 서가에서 대구 관광을 다룬 전문서적을 처음으로 접하니 무척 반가웠다. 서가에 꽂힌 책을 꺼내 눈에 잘 띄도록 다른 도시의 관광책자 위에 슬쩍 얹어놓고 나왔다.
신주쿠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전광판 '유니카 비전'은 전자상가 라비(LABI)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유니카 비전에 작년 2월 서울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 록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공연 모습이 나왔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모티프로 한 노래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3월 3일 밤 유니카 비전에서 한국 가수의 노래가 나와 깜짝 놀랐다. '정용화'라는 가수 이름과 'One Fine Day'라는 노래 제목이 화면에 나왔다. '씨엔블루'의 리더인 그가 일본에서 펼친 대형 콘서트 열기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며칠 뒤 우연히 정용화의 사인이 담긴 '어느 멋진 날'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구했다. 신주쿠의 어느 멋진 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피오피로 내게 다가왔다.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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