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별나고 까다로워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이를 때 흔히 '괴팍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괴팍'은 순우리말이 아니고 '乖愎'으로 쓰는 한자어이다. 한자가 어렵지는 않지만 좀 낯선 느낌이 드는데, 특히 '괴팍할 퍅'으로 읽는 '愎'의 음은 많이 낯설다. 원래 한자대로라면 '괴퍅하다'가 맞지만 사람들이 많이 쓰는 '괴팍하다'가 표준어가 되었기 때문에 '괴퍅할 퍅'이 아닌 '괴팍할 퍅'으로 읽는 것이다.
'乖' 자는 '千'과 '北'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한자 같지만 익숙하지는 않은 한자이다. 이 글자는 일반적으로 '어그러질 괴'로 읽는다. 어그러진다는 것은 맞물린 물체들이 틀어져서 잘 맞지 않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서 의미가 확장되어 사람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어그러지다'는 말을 사용한다. '乖' 자를 쓰는 말 중에서 우리말에서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어휘는 '괴리'(乖離)이다. 괴리는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할 것들이 어그러져서 삐걱대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멀어진 상태를 이야기한다. 이상과 현실, 생각과 행동, 말과 실제 등은 꼭 맞아야 하지만 둘이 어그러지다 못해 한참 멀어졌을 때 '괴리'라는 말을 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학교 교육에서 '괴리'라는 말이 참 많이 등장한다. 언론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지금 고1부터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실 지금도 문이과라는 것은 없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에 따라 편의상 계열 명칭을 붙일 뿐이다. 그것은 지금 고1들이 2, 3학년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문이과 통합의 상징처럼 이야기되는 통합과학, 통합사회는 현재 1학년에서 과학과 사회를 배우는 것에 '통합'이라는 말이 들어가면서 교과 내용이 일부 달라진 것뿐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문이과 통합과 실제 학교 교육과정은 괴리가 있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일반선택 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을 둔 것이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진학하려는 과에 맞는 진로선택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경제학과로 진로를 선택한다면 수학 교과에서 '경제 수학'을 선택하는 것이 대학 진학에 가장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학교에 경제 수학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경제 수학이 개설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수강을 하는 학생이 10명밖에 안 되어서 1등급이 안 나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진로선택 과목은 수능 시험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수능 영향력 약화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맞아떨어진다. 그렇지만 그것은 국민 다수가 바라는 방향이나 현실적 상황과 괴리가 있다 보니 교육부에서는 명쾌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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