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구 경제 기둥이었던 염색업종은 현재 추운 겨울 속에 있다. 중국, 베트남 등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신시장에 자리를 내어주고 나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기술력으로 꿋꿋이 성장을 거듭하는 업체가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섬유 후가공업체 '벽진바이오텍' 얘기다.
벽진바이오텍 추광엽(61) 대표는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얘기를 손사래까지 치며 부정했다. 추 대표는 "노동집약적인 기존의 섬유산업은 힘든 게 맞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시장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은 앞선 기술력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탄소섬유 등 신소재나 산업용 섬유는 일본과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는데, 이처럼 신기술에 먼저 도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3년 설립한 벽진바이오텍의 무기는 '후가공 기술'이다. 후가공 작업을 통해 평범했던 섬유는 방수, 항균 등 새로운 기능을 가진 섬유로 새로 태어난다. 특히 국내 최초로 개발한 '선염 메모리 직물'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할 만큼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기존의 형상을 기억해 한 번 털기만 하면 구김이 사라지는 기술이다.
기술력이 확보되자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현재 벽진바이오텍은 명품 '버버리'에 형상기억 섬유를 납품하고, '나이키'에는 신발용 섬유를 공급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력 확보에 매진한 덕분이다. 추 대표는 "시대에 따라 기업 목표도 달라져야 한다"며 "10여 년 전부터 섬유산업 추세는 의류에서 산업용 섬유로 옮겨오고 있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어려운 와중에도 연구소를 세웠고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1993년, 무역회사 과장이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사업에 뛰어든 추 대표를 기다린 것은 시련이었다. 평생 번 돈을 모두 사업에 쏟아부은 추 대표는 과도한 투자에 사기까지 당하는 등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 투자는 번번이 빚으로 돌아왔고, 한밤중에 채권자들의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깨는 것이 일상이었다. 빚을 모두 청산하기까지는 8년이나 걸렸다. 빚을 다 갚았다는 법원의 선고를 받은 날, 추 대표는 길에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추 대표는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집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버텼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습관을 만들어 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추 대표가 가장 몰두하는 것은 직원 복지다. 어려울 때 함께해 준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과장급 전원에 외국 연수 기회를 보장하고 대리 이상은 자기계발을 위해 고액의 교육과정에도 참여시키고 있다. 항상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하기 쉽지 않은 시도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벽진바이오텍은 올해 초 고용노동부로부터 청년친화 강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추 대표는 마지막 꿈이 전 직원과 함께 해외여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25년 전 설립 때부터 숱한 어려움에도 퇴사하지 않고 남아준 동료들입니다. 같이 노력해서 성장한 만큼 수확의 결실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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