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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거듭난 대구

오페라
오페라 '완벽한 로봇, 디바 에버'에 출연한 로봇 에버(왼쪽)와 DIMF 제작, 뮤지컬 '투란도트'의 한 장면.매일신문 DB

창작 발레곡 '아사달과…'

5월 러시아 국제발레축제에

세계 최초 오페라 로봇 등장

DIMF 뮤지컬 동유럽 수출…

대구 창작 '발레곡' 첫 해외 수출, 세계 최초 '로봇 오페라' 공연, 토종 뮤지컬 '투란도트' 동유럽 진출….

지역 음악계에 '사상 최초' '세계 첫' 타이틀이 붙기 시작하면서 대구 음악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 음악인의 국제대회 콩쿠르 입상 같은 개인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지역의 콘텐츠나 음악적 시도가 국제적인 화제로 떠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해방 이후 한국 음악계의 산실 역할을 해왔던 대구가 그동안의 성과와 역량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대구 음악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문화 수요자소비자에서 공급자로 전환,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2월 9일 대구시향 정기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던 발레곡 '아사달과 아사녀'였다. 대구에서 무용 발표를 위해 음악이 제작된 일은 있었지만 관현악곡으로 발레 음악이 작곡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곡은 5월 러시아 누리예프 국제발레축제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대구 클래식음악이 국제무대에 수출되는 '첫 선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일 대구시향 '아사달과 아사녀' 공연 때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꽹과리, 북, 피리 소리는 클라베스, 팀파니, 오보에로 대체되었지만 전통적인 세마치장단은 묘하게 객석을 파고들며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손태룡 안동대 초빙 교수는 "11분짜리 작품으로 아사달과 아사녀의 삶과 죽음을 표현하기에 미흡한 감이 있다"며 "앞으로 악장 구분이 있는 작품으로 완성해야 뚜렷한 교향악곡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3월 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에서 열린 '완벽한 로봇, 디바 에버'도 세계 최초 로봇 출연이라는 의미에서 큰 주목을 끌었다. 165㎝에 45㎏에 완벽한 노래를 자랑하는 로봇 에버는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해 정확한 립싱크, 자연스러운 제스처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로봇을 오페라 공연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2015년 독일 홈볼트대에서 있었지만 당시에는 소셜형 로봇(사람을 돕고 소통하는 로봇)이었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연에 주인공으로 참여해 노래하고, 감정을 표현한 것은 이번 공연이 세계 최초였다.

특히 소프라노 마혜선의 노래를 탑재해 부른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는 압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배선주 대표는 "알파고의 바둑에 이어 오페라에서 로봇이 인간과 대결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앞으로 지역 오페라 제작 시장에서 에버가 배우로 무대에 설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사상 최초로 대구 토종 뮤지컬 '투란도트'를 동유럽에 수출한 사례도 대구 공연계의 쾌거로 해석되고 있다. DIMF의 '투란도트'가 슬로바키아 노바스체나극장에 걸리면서 2019년부터 대구 뮤지컬 현수막이 유럽의 거리에 연중 걸리게 된다.

대구예총 김종성 회장은 "대구 음악창의도시의 '창의'가 영어 'creative'로 표기되는 것처럼 앞으로 대구는 음악 수요도시에서 창작을 바탕으로 한 공급도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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