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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뉴>"디지털 홍수 속 아날로그 감성으로 승부"…대구 이색 사진관 인기

한복 입고 스냅사진 '꽃길사진관', 흑백 필름사진 '석주사진관' SNS타고 입소문

대구 중구에 위치한 꽃길사진관은 고객들에게 생활한복을 대여해주고 한복을 입은 고객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준다. 매일신문 DB
대구 중구에 위치한 꽃길사진관은 고객들에게 생활한복을 대여해주고 한복을 입은 고객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준다. 매일신문 DB
생활한복을 대여해주는 꽃길사진관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복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생활한복을 대여해주는 꽃길사진관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복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이석주 씨가 운영하는 석주사진관(대구 봉산동)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흑백필름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석주사진관 제공
이석주 씨가 운영하는 석주사진관(대구 봉산동)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흑백필름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석주사진관 제공
목재로 내부를 꾸민 석주사진관은 오래된 물건들과 흑백 필름, 흑백 사진을 사진관 내부에 전시해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일신문 DB
목재로 내부를 꾸민 석주사진관은 오래된 물건들과 흑백 필름, 흑백 사진을 사진관 내부에 전시해 방문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일신문 DB

디지털'휴대전화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동네 사진관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손님에게 한복을 대여해주고 한복 사진을 찍어주거나 흑백필름 사진을 찍어주는 등 아날로그 감성을 내세워 고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이들 사진관의 사진사들은 말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탓에 사진이 너무 흔해지고 있어요. 그럴수록 특별한 의미를 담아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더욱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거라 믿어요."

◆생활한복 입고 근대골목 배경으로 찰칵 '꽃길사진관'

대구 중구 근대골목 중 하나인 3'1만세운동길 옆에는 '꽃길사진관'이라는 간판을 건 소담스런 사진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생활한복을 입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꽃길사진관 장민영 대표는 고객들에게 생활한복을 대여해주고 한복을 입은 고객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준다. "일본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기모노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한복을 입고 관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출발점이었죠." 그렇게 시작한 사진관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복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문을 열자마자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대구 여행 필수코스 반열에 올랐다. 한복을 입어볼 기회가 많지 않은 젊은 세대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꽃길사진관을 찾고 있다. 주 고객층은 20, 30대이지만 고객 중에는 중년 부부나 손녀를 따라온 70, 80대 할머니도 있다. 장 대표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부끄러워하시면서도 마음에 드는 한복을 골라 입고 '내 평생 마지막 사진이니 예쁘게 찍어달라'고 웃으실 때 가장 보람이 크다"며 웃었다.

3·1만세운동길, 이상화 고택, 선교사 주택 등 근대문화골목 관광코스는 예쁜 한복을 차려입은 고객에게 훌륭한 촬영 무대가 돼준다. 특히 봄꽃이 흐드러지고 나무가 우거지는 봄, 여름의 선교사 주택은 장 대표가 가장 아끼는 촬영지다. "겨울에는 실내촬영이 많았어요. 봄이 오면 손님들과 함께 봄꽃이 아름답게 피는 야외로 촬영갈 생각에 설렙니다."

◆흑백 필름으로 찍은 따뜻한 자화상 '석주사진관'

봉산문화거리 끝자락에 있는 '석주사진관'은 간판 하나 없다. 사진관에 전시된 흑백 필름이 사진관의 정체성을 보여줄 뿐이다. 이석주 씨가 운영하는 이 사진관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흑백필름 사진을 찍어준다. 이 씨는 석주사진관을 열기 전 평범한 디지털 사진관을 운영했다. "저는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면서 필름 사진을 배운 마지막 세대예요. 저희 세대가 필름 사진을 포기한다면 필름 사진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흑백 필름 사진관을 차리게 됐죠."

이 씨는 디지털의 편리함과 화려함을 버리고 아날로그 필름의 느림과 따뜻함을 택했다. 흑백필름 사진의 매력은 피사체의 본질을 담는다는 데에 있다. 모든 색을 배제하고 피사체를 흑과 백으로만 표현해 눈의 피로감을 주지 않고 피사체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필름 사진 특유의 입자감은 은은하고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 씨는 고객을 앞에 앉히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카메라의 필름을 갈아 끼우고 적정 노출과 초점을 손수 맞추고서 고객들과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셔터를 누른다. 필름의 특성을 모르는 고객은 촬영이 끝나자마자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필름으로 사진을 현상하려면 보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사진을 찍으면 당연히 따라오는 사진 보정조차 필름 사진에서는 불가능하다. 사진 보정을 전혀 하지 않으므로 고객들은 흑백 필름 사진을 통해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마주한다. "가끔 고객들은 사진을 보며 '내가 정말 이렇게 생겼어요?'라며 당황하기도 해요. 그러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흑백사진이 풍기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매료돼 매우 만족스러워 하세요."

석주사진관이 자리한 봉산문화거리는 흑백 필름 사진과 닮았다. 달구벌대로를 사이에 두고 반월당과 마주한 동네지만 언제나 조용하고 고즈넉하며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씨가 봉산문화거리에 둥지를 튼 이유다. "저희 사진관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걸어오셨으면 좋겠어요. 봉산문화거리를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을 때쯤 길 끝자락에서 사진관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밖에 가볼 만한 사진관

▷7080세대 결혼사진 재현-'산격동사진관'(경북대학교 북문)

▷알록달록 원색 배경 증명사진-'19세기 미술관'(중구 교동)

▷추억담은 자연스러운 흑백사진-'초록우체부'(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란 디지털뉴스본부에서 자체 생산한 기획물인 디지털뉴스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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