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을 앓고 있는 이다경(가명'5) 양은 어머니 조은정(가명'40) 씨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경이는 뇌전증 가운데에서도 가장 증상이 심한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다경이는 하루 중 대부분을 엄마에게 안긴 채로 보낸다. 조 씨는 "언뜻 보면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작고 응석이 심하게 보이는 정도"라고 했다. 편안하게 안겨 있는 듯한 다경이는 하루에도 10차례 이상 심한 경련을 겪는다. 한 번 심한 경련이 시작되면 1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련이 끝나면 품 안에서 달래던 엄마도 지치지만 다경이는 완전히 녹초가 된다.
◆하루에도 10차례씩 거듭되는 경련
다경이가 선천성 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생후 2주쯤 후였다. 이따금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인 후 극심한 경련과 함께 청색증이 나타났다. 그렇게 급하게 찾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꼬박 한 달을 보냈다.
모유를 삼키지 못해 주사기로 두 시간마다 분유를 먹였고, 17종류의 약을 투여했다. 생후 4개월이 된 다경이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과 함께 왼쪽 전두엽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선천성 기형이 발견됐다. 개선되기 어려운 극심한 경련이 지속되고 운동과 언어 능력 모두 제대로 발달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엄마는 아픈 아이를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했던 기억에 여전히 마음이 아리다. 조 씨는 "중환자실 입원 당시, 병원에서는 마음을 접으라고 했지만 하루 한 번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는 면회시간을 기다렸다"면서 "잠깐 안아주고 난 뒤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주변을 맴돌곤 했다"고 회상했다. 퇴원 후에도 다경이는 수시로 일어나는 경련 탓에 한 시간 이상을 잠들지 못한다. 짧은 시간 내에 잦은 경련이 일어나거나 경련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응급실로 뛰어가는 날도 많다.
조 씨를 괴롭히는 걱정거리는 또 있다. 다경이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고자 하는 의지가 거의 없다. 조 씨는 "경련을 막는 약물의 부작용 중 하나가 식욕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컵으로 물을 마시지 못해 매번 숟가락으로 떠주지만 잘 삼키지 않아 하루에도 물 한 컵을 다 마시지 못한다"고 했다.
◆재활치료 효과 있지만 의료비 부담 너무 커
현재 다경이의 언어능력은 생후 8개월 수준이다. 운동능력도 12개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매주 두 차례, 40분씩 받는 운동 재활치료가 효과를 보고 있다. 스스로 앉지도 못했던 다경이가 어렵게나마 일어나 몇 걸음을 옮기는 수준까지 나아졌다. 조금씩 호전되는 모습에 희망이 보이지만 꾸준히 쌓여가는 의료비와 재활치료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심한 경련으로 2, 3주씩 입원할 때마다 100만원 정도가 들고, 평소에도 매달 40만원 정도가 약값과 재활치료비로 들어간다. 전세 보증금을 빼고 임대주택으로 옮겼지만 치료비로 쌓인 빚은 5천만원이 넘는다.
아버지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지만 하루 12시간씩 일을 해도 소득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 월 140만원 정도의 급여와 15만원 정도의 정부보조금이 수입의 전부다. 사실 오빠 동욱(가명'9) 군도 가족들이 모두 다경이에게만 매달린 탓인지 심리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동욱이는 동생에게 집중하는 엄마와 생계를 꾸리느라 늘 집을 비우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겪으며 심한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다. 조 씨는 "동욱이는 '나도 힘들지만 엄마는 더 힘들겠다'고 말할 정도로 일찍 철이 들어 버렸다"면서 "하룻밤 이상 자고 와야 하는 야외 활동은 한 번도 참석을 못했고, 요즘도 학교에 다녀와서 집에 아무도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계속 전화를 한다"고 했다. 학교와 동주민센터의 지원으로 2년 정도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사비로 치료를 이어가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가족들 모두 다경이를 아낀다. 조 씨는 "동욱이도 '다경아 꼭 걷자'라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곤 해요. 저도 다경이가 엄마라고 말하는 걸 들어보고 싶어요. 특별한 여행아 아니더라도 다경이과 가족들이 손잡고 공원이라도 산책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