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하고 이에 앞서 20일부터 사흘간 그 구체적 내용을 분야별로 공개한다. 지방의 최대 관심사인 지방분권에 관한 사항은 22일 공개되는데 내용은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초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방분권의 수준과 범위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후에도 여러 차례 강조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은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고대해온 국민으로서는 이런 약속 위반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개헌안 지방분권 내용을 보면 지방분권 확대에 대한 자문위의 인식 결여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확대하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어떤 수준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그 결과 나온 것이 현재보다 진일보한 1안과 현행과 비슷한 2안의 복수 안이다. 지방분권 확대가 균형 발전을 위해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서 당연히 1안을 단일안으로 제시했어야 한다. 2안은 제안할 필요가 없다. 지금과 다르지 않다면 굳이 개헌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헌안은 1안과 2안 모두 구체적 사항은 법률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는 2안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고 1안도 진일보했다지만 내용상으로는 법률 우위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제정하지 않으면 사문화될 운명을 안고 있다. 이대로 개헌이 됐을 경우 국회에서 특정 법률의 제정을 개정 헌법이 과연 위임한 것인가, 위임했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경우 지방분권 법률 제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권의 행태로 보아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개헌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3일간의 공개를 거쳐 26일 최종 발의하는 개헌안에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의 실질적 보장을 명문화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란 대(對)국민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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