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저 사람이 칼로 저를 찌르고 도망갔어요!"
지난 1월 28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 중구 동산동 한 건물 앞이 아수라장이 됐다. 출입문에서 뛰쳐나온 배모(55) 씨가 부리나케 뛰어 달아났고, 뒤이어 걸어나온 김모(52) 씨는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김 씨는 왼쪽 아랫배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쓰러진 김 씨를 병원으로 옮겼고, 김 씨가 범인으로 지목한 배 씨를 이날 오후 6시쯤 서구 내당동 한 대형마트 앞에서 긴급체포했다. 사기도박을 의심한 김 씨를 흉기로 두 차례 찌른 혐의였다.
조사를 시작한 경찰은 이내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다. 보통 피의자들이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과 달리, 배 씨는 "김 씨가 흉기로 자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흉기에 묻은 지문은 "김 씨가 시장에서 과도 2개를 샀다며 '어느 것이 더 예쁘냐'고 물어 만져봤을 뿐"이라고 답했다. 도주한 이유도 "벌금 미납으로 수배돼 있어 경찰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도 명확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벌인 도박은 사기도박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정적인 증거는 의료진의 진술이었다. 김 씨를 치료한 의료진은 "위에서 아래로 찔린 상처"라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흉기로 찌를 경우 상처가 보통 밑에서 위로, 또는 직선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상처가 난 건 자해로 볼 정황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배 씨를 무고하려고 사기도박 이야기를 꺼내 도발한 뒤 자해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아울러 경찰은 사건이 나기 전 두 사람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동선을 역추적한 경찰은 사건 발생 사흘 전, 김 씨가 북구 대현동 한 시장에서 똑같은 모양의 흉기를 구입하는 모습을 CCTV에서 확인했다.
줄곧 피해자라고 주장하던 김 씨는 경찰이 보여준 CCTV 화면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배 씨의 추천으로 도박판에 합류했다가 400만원을 잃었고, 10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해서 억울하고 화가 났다"고 자백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9일 김 씨를 무고 및 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사건이 벌어진 건물에서 판돈 700여만원을 걸고 함께 화투판을 벌인 배 씨 등 7명을 도박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곳에 사무실을 가장한 도박장을 차리고 상습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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