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항㈜ 취항 한 달여가 지나도록 노선이 연결된 김포와 제주에서 고객을 유치할 관광상품이 전혀 없다. 에어포항은 '정상 운영'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린다고 하지만, '포항공항을 살려야 지역 경제도 산다'는 논리로 지역 항공사 유치에 열을 올렸던 행정 당국마저 관광객 유치에 뒷전으로 빠져 이상한 모양새다. 이 탓에 지역 경제 활성화는 고사하고, 포항을 비롯해 주변 도시 돈만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점점 늘고 있다.
◆숙원사업이었던 지역 항공사 설립
포항지역 소규모 항공사 설립은 2012년부터 논의됐고, 에어포항 설립이 가시화된 지난해 초 이후 1년여 만인 지난달 7일 첫 하늘길이 열렸다. 애초 경북 동해안의 유일한 공항인 포항공항을 활성화해 죽어가는 지역 경제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지역 항공사 설립'유치 목적이었다. 더욱이 포항공항이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활주로 공사를 끝낸 후 '포항-제주' 노선을 운항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떠나고, '포항-김포' 노선을 운항하던 대한항공마저도 떠날 뜻을 비쳤다. 당시 대한항공은 포항시가 "탑승률 70% 미만의 재정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액의 70%를 부담하겠다"고 해 남긴 했지만, 이때부터 시는 포항공항 명맥을 유지하는 데 해마다 10억~20억원씩 재정을 쏟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숙원사업이 된 에어포항이 우여곡절 끝에 설립되자, 공항 활성화는 물론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포항을 중심으로 경북 동해안을 연계한 관광 상품이 외부 고객들을 끌어올 것이란 기대였다. 특히 에어포항은 취항 한 달여 만에 정상 운영 궤도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순조로운 성적을 내며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에어포항 취항 한 달여, 아직 개발 중인 관광상품
하지만, 문제는 에어포항이 정식 취항한 후에도 이렇다 할 관광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에어포항은 지난 13일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된 관광마케팅본부 조직을 편성해 포항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관광 전략을 짜고 있다. 50인승 항공기의 장점을 살려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패키지 단위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상품도 개발하겠다"며 "포항시, 경주시 등과 협조해 영업 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포항의 이런 계획은 정식 운항 전에도 밝혔던 것이지만, 구체적이고 곧바로 실현 가능한 관광 상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포항시도 "에어포항을 활용한 포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왕복 부정기 국제선을 계획 중이다. 특별한 관광상품이 있을 때 띄우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운항하는 것이 목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 계획안 외에 김포, 제주 노선 관광객 유치 상품은 확인된 것이 없다. 부정기 국제선을 띄운다고 해도 이를 통해 유입된 관광객들은 첨단의료시설이 집중된 광역도시로 빠져나갈 뿐, 포항과 경주 등 경북 동해안 도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경주-포항-영덕-울진 지역 관광자원을 한데 엮는 상품은 개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포항 등 인근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수요가 많고, 들어오는 수요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비즈니스나 관광 쪽을 활성화해야 공항이 살고 탑승률이 올라가리라 생각하지만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경북도'포항시 출자하지 않은 게 걸림돌?
이처럼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에어포항 설립 이후 관광객 유치 등 경제 활성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한편에선 "에어포항에 출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에어포항 설립 당시 경북도와 포항시는 출자 전제조건으로 '지역항공사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내걸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오는 30일 결과가 발표되는 연구용역 내용에서 경제성이 확인되면 그때 각각 20억원씩 모두 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조건이다. 지방재정법에 따라 출자 근거를 마련하고자 용역을 하는 것이지만, 만약 경제성이 불투명하다고 나오면 출자는 이뤄지지 않는다. 결과에 따라 경북도와 포항시가 주주로서 책임의식을 가질지 아닐지도 갈리는 셈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에어포항은 소형 항공사이고, 항공기 수도 2대로 너무 적어 패키지 상품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에어포항이 중심이 돼 상품 개발을 해야지, 행정 당국의 업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출자를 하지 않아 상품 개발에 소홀하다는 해석은 지나치다"고 했다.
◆육해공 교통 묶은 교통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이런 문제들로 행정 당국과 에어포항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포항시민 김정민(37'상인) 씨는 "지역 항공사 설립 목적이 관광객을 유치해 포항과 인근 도시들의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은 서울과 제주로 지역민을 보내 돈을 쓰게 하는 것이지 않나"라며 "최근 포항은 위쪽으로 영덕까지 편하게 갈 수 있는 기차가 운행하고 있고, 아래에는 신라 천 년 수도 경주가 있다. 이곳들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교통편이 있고, 홍보가 충분히 된다면 서울 등 지역에서 하룻밤 놀다 갈 수 있는 충분한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도 포항에 구축된 교통편인 KTX포항역, 포항여객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 등과 포항공항을 묶는 셔틀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내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움직일 수 있는 포항역과 공항, 여객터미널 등에 공항 셔틀버스 신설 등 교통 편의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통 인프라가 만들어진다면 아침에 포항공항에 내려 셔틀버스로 KTX포항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영덕에서 블루로드를 걸을 수 있는 상품이 저절로 갖춰진다. 또 인근 경주에서 울진까지 접근성도 좋아지기 때문에, 홍보만 충분하다면 에어포항을 활용한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홍 한국은행 부본부장은 "에어포항은 사람으로 치면 아직 신생아이기 때문에 젖을 먹이고 이유식을 해야 하는데 관광상품을 빨리 개발하라고만 닦달한다면 중구난방 계획이 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에어포항 취항 한 달이 되도록 셔틀버스조차 없는 등 교통망이 엉망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 처지에서 시내버스를 갈아타며 목적지로 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육해공을 한데 묶어 모든 교통망에 대한 접근성을 편리하게 한다면 그 자체로도 관광상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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