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섭 대구경찰청장은 얼마 전 피자 두 판을 들고 달성군의 한 파출소를 예고 없이 찾았다. "자, 같이 피자 먹읍시다." 그가 건넨 한마디에 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아저씨랑 피자를 왜 먹어요?" 사복을 입은 청장을 직원이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아, 예. 저 청장입니다."
그 후에도 이 청장은 종종 지구대에 커피를 사들고 찾아가거나 몰래 음주 단속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 청장이 취임 후 남몰래 방문한 지구대나 파출소는 10곳이 넘는다. "회의가 없는 화요일이나 목요일에는 지구대나 파출소를 찾아가려고 해요. 최대한 시간을 내서 모두 둘러볼 생각입니다."
22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 청장은 취임 후 경찰서들을 돌아보는 초도 순시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바쁜 직원들을 불러내고 외부 인사들을 초청하는 거창한 행사는 비효율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대신 상습 차량 정체 구간을 둘러보거나 음주 단속 현장을 방문하는 식이다. "치안 현장에서 날것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도 좋고요."
이 청장은 "112청장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고 했다. 시민들이 생명이나 재산에 위협을 느낄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112 신고만큼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그는 '112 신고의 대기 시간 제로화'를 목표로 세웠다.
"가장 위급한 순간에 통화 중이거나 통화 대기음을 듣지 않도록 할 겁니다. 신고자가 5초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하고, 수많은 신고 속에 숨어 있는 강력 사건도 결코 놓치지 않겠습니다."
치안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다른 기관들과 공조도 강화할 생각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지구대와 형사부서, 여성청소년부서가 공조해 총력 대응한다. 화재나 재난 발생 시 소방서와 공조하는 긴급신고 공동대응 처리시스템도 운영한다. 그는 각종 통계 수치를 훤히 꿰고 있었다. "하루 평균 접수되는 신고가 2천~2천500건입니다. 이 중 1천500건은 출동이 필요한 신고입니다. 사건 현장에는 총력 대응하고, 여성과 어린이'청소년, 가정폭력 등은 반드시 재확인해서 추가 범죄 가능성을 막겠습니다."
이 청장은 지역의 교통 문화도 바꿔 나갈 계획이다. 가장 우선순위는 안전이고, 소통은 그다음이라는 것. 이 청장은 "일괄적인 대책보다는 지역 사정에 맞는 사고 예방 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현장 교통 근무자와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서 그 지역에 가장 필요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관리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
"경찰은 시책이나 구호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서마다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더욱 치밀하고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에 맞게 하나씩 고쳐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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