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인에 흔한 질환 '위장병'

찌개 한그릇 여럿이 먹나요 헬리코박터 감염될 수도

정진태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진태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야근과 술자리가 잦은 30대 직장인 A씨는 평소 식사 후 늘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됐다. 종종 명치 부근에 통증을 느꼈고 몸도 무거웠다. 이 때문에 일부러 간신히 허기를 면할 정도로만 음식을 먹기도 했다. 결국 건강검진에서 A씨의 위장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만성 위염 진단을 받은 A씨는 약을 한 보따리 받아 들었다.

위장병은 한국인에게 흔한 질환이다. 주위에서 위가 좋지 않다고 하는 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신경성 위경련, 위십이지장궤양,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 같은 양성 질환부터 위암, 위림프종, 위장관기질종양 등 악성 질환까지 위장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위장병으로 고생할 수 있다.

◆위장병의 원인, 헬리코박터 감염이 대표적

위장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에 감염되거나 진통소염제, 혈액순환제 등 약제를 복용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도 위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 때로 간경변과 만성 신부전 등이 위장병을 동반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는 주로 입을 통해 감염된다. 공동우물이나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식생활을 공동으로 하면 감염될 확률이 높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일수록 감염 가능성이 크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감염률이 높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명이 숟가락으로 찌개를 같이 떠먹거나 한 그릇에 놓인 반찬을 같이 먹는 습관 등이 헬리코박터 감염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6년 9월~2017년 6월 전국 9개 3차 의료기관에서 16세 이상 건강검진 수검자 2천504명을 조사한 결과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51.3%로 나타났다. 첫 전국 규모 유병 실태 조사가 이뤄진 1998년(66.9%) 2011년(59.8%)보다 많이 줄었다.

좋지 않은 식습관도 위장병을 부르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을리거나 탄 음식, 약간 상한 음식, 소금에 절인 음식 등은 위에 부담을 준다. 맵고 짠 음식이 위장병을 유발한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피해야 할 필요는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필요 이상으로 위액이 많이 분비돼 위벽이 헐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과도한 음주나 흡연도 위 건강을 악화시킨다.

가족력, 즉 유전적인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위암 환자의 직계가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 3배 위암 발병률이 높다. 마찬가지로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도 유전되는 경향이 있다. 단일민족 국가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개인 간 유전적 차이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위장병에 걸리기 쉽다는 의미인 셈이다.

약을 많이 먹거나 장기 복용할 경우에도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진통소염제, 호르몬제 등을 자주 먹거나 오래 복용하면 출혈성 위염이나 위궤양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주변을 돌아보면 약을 좋아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오래 챙기는 경우에는 위장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위장병의 증상진단치료와 예방

위장병의 증상은 다양하다.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서부터 상복부 불쾌감, 통증, 속쓰림, 구토, 소화 불량,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 여러 가지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만으로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다. 궤양과 비슷한 증상이어도 위암인 경우가 있고, 위암 초기라면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장병이 의심된다면 일단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위장 조영술이나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위장 조영술은 천식으로 호흡하기가 많이 곤란한 상황 등에서 시행할 수 있으나 조직 검사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상이 있으면 다시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운 점이다. 위내시경 검사는 직접 위를 관찰하면서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검사와 헬리코박터 감염 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질환과 증상이 다양한 만큼 치료 방법도 여러 가지다. 단순한 위염이라면 위염 치료제를 한두 달 정도 사용할 경우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위궤양은 염증이 심해 위점막이 깊게 손상되고, 그 크기가 0.5㎝ 이상인 경우다. 이때는 6~8주 정도 산 억제제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와 점막보호제, 겔포스 등 3가지 종류의 제산제를 동시에 사용해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위암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복부 CT, PET CT 등의 검사로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전이됐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전이가 없는 1기 위암이라면 내시경 절제술을 먼저 고려해볼 수 있다. 2기 이상인 위암일 경우 복강경 수술을 하게 된다. 4기 이상인 위암은 항암치료 대상이다. 위장관 폐색 증상으로 인해 음식물을 섭취하기 힘들다면 내시경 스텐트 치료도 검토한다.

헬리코박터는 위장병의 주된 원인.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술잔을 돌리는 문화를 지양하고, 식사 때 개인 접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맵고 짠 음식을 과도하게 먹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꾸준한 운동으로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음과 흡연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위에도 좋지 않다. 위장병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부터 위암을 포함한 5대 암에 대해 무료 검진을 시행 중이다. 의료 당국도 40세부터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라고 권고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은 미리 예방하는 게 좋다.

도움말 정진태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