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계절적으로는 봄이 시작되는 달이고,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처음 입학하거나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달이다.
과거에는 동네마다 교실마다 왁자지껄하는 아이들로 생기가 넘치는 계절이었다. 필자는 베이비 붐 세대로 초등학교 때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등교한 경험이 있다. 베이비 붐 세대는 대체로 전쟁 후 태어난 이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1955~1964년에 태어난 900만 명이 해당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정부와 사회가 출산율을 줄이기 위해 강제적 영구피임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 것을 보면서 자란 세대이다. 의과대학 졸업 후 산부인과 전공의 시절에는 밤을 새우면서 아기를 받았던 기억도 난다. 지금과는 격세지감으로 저출산이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줄은 아무도 예측을 못했을 것이다.
2017년은 인구학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한 해다. 첫째,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연 4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둘째는 유엔이 정의한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국민의 14% 이상인 경우)로 첫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율은 40%가 넘어, 생산인구 3명이 노인 1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처지이다. 셋째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 인구 3대 재앙이 현실화되는 첫해로 기록될 것 같다.
전국적으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급격히 늘고 있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81개 군에서 1년에 300명도 태어나지 않은 군이 52곳이다. 10곳 중 6곳 이상에서 신생아 수가 300명 이하였던 것이다. 신생아 수가 300명 이하인 곳은 2000년 8곳에 불과했지만 16년 새 6.5배 늘어났다.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합산출산율 1.3 이하)로 떨어진 2001년 이후 16년 만에 농촌지역 64%가 존폐 위기에 몰려 있다. 어떤 군은 학교 운동장 빼고는 군 전체에 어린이 놀이터가 하나도 없는 반면 경로당은 161곳이나 있다고 한다. 해외토픽감이다.
영양군에서 작년에 태어난 아기는 74명이다. 울릉군(38명)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숫자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강원도 화천군은 셋째 이상은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전남 장흥군은 결혼 축하금으로 500만원을 주는 등 출산율을 늘리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예산과 다양한 정책으로 아기 울음소리를 늘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가시적 효과는 없고, 저출산 속도가 더 빨라지는 느낌이다. 더 이상 저출산 문제는 일시적 사회 현상으로 돌리기에는 심각한 국가적 재앙이다. 공동체 모두 지혜를 모아 획기적인 '저출산 극복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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